부안고, 농촌학교 벽 넘어 ‘통쾌한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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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70억원을 들여 건립한 부안고 기숙사 ‘청운당’의 스터디룸에서 학생들이 문제풀이를 논의하면서 웃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문화시설이나 학습여건이 열악한 시골 학생들은 자칫 열등감에 빠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뚜렷한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도시학교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뻐요.” 한명택 부안고 교장은 “비싼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고도 자기 스스로 공부해 우수한 성적을 올린 학생들이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다.

부안고는 올 대입 수시전형에서 알찬 수확을 거뒀다. 전북지역 진학교사들 앞에서 우수사례 발표를 할 정도로 돋보이는 성적을 올렸다.

 농촌학교로는 드물게 서울대에 신경수(기계항공학과)·유승혁(농경제학과)군 등 두명이 합격했다.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계열에도 5명이 붙었다. 연세대를 비롯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만 10여명이 들어 갔다. 3학년 전체 졸업생(140여명) 가운데 85%인 120여명이 수시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전경민 교감은 “규모가 비슷한 농촌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전주·익산 등 도시 학교를 훌쩍 뛰어 넘는 최상위 성적”이라며 “ 열정적인 교사들의 가르침과 ‘한번 해보자’는 학생들의 의지가 어우러져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 교사들은 따로 퇴근 시간이 없다. 오후 5시면 정규수업이 끝나지만 오후 10시, 때로는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진로 상담과 자율학습 지도에 땀을 쏟았다. 수시로 야간 특별 맞춤수업도 진행했다. 매주 3일은 오후 7시부터 국·영·수 과목의 수준별 수업도 3시간씩 했다.

 신경수 군은 “학원갈 형편도 못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선생님들이 헌신적인 도움을 주셨다. 수업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교실이나 교무실에 불러 가르치고, 또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럭셔리한’ 기숙사. 농촌 기숙형 학교로 지정 받아 2010년 70억원을 들여 지었다.

학생 23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는 독서실과 정보실·스터디룸·헬스장도 갖췄다. 자율학습은 밤 12시까지로 정했지만, 학생들은 새벽 1~2시까지 불을 끄지 않을 정도로 면학경쟁이 뜨거웠다.

 부안고는 사실 10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기피하던 학교였다. 학교폭력이 빈번하고 문제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교사들이 합심해 분위기를 확 바꿨다.

폭력·흡연 등을 일삼는 학생들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장학금 등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지금은 신입생이 미달하는 다른 농촌학교와 달리 신청자가 넘쳐 고민하는 인기학교로 변신했다.

 전경민 교감은 “ 농촌학교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이끄는 21세기형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데 앞장 서겠다”고 다짐했다.

글=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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