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설 선물세트 디자인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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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짜리 고메 햄퍼 디럭스 세트

설을 일주일여 앞두고 사전에 준비한 한정판 50세트가 완판된 신세계백화점의 ‘자연산 미역·홍합세트’(25만원). 이 선물세트는 특이하게도 고급 맞춤의류 디자이너인 서정기씨가 개발한 것이다. 서씨는 영부인이나 유명 기업인 부인 등 상류층 고객을 위한 맞춤의류를 디자인하는 유명 패션디자이너다.

 신세계가 패션디자이너인 그에게 옷이 아닌 설 선물세트 개발을 의뢰한 것은 그가 상류층 고객들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을 잘 알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자신이 과거 지인에게 받았던 선물 중 홍합과 미역을 함께 받은 선물이 궁합도 잘 맞고 실용적이었다고 보고, 이 두 가지를 묶은 선물세트 기획을 제안한 것이었다.

 푸아그라(거위간), 치즈와 살라미(이탈리안 소시지), 와인 등 수입 먹을거리를 한 바구니에 담는 ‘햄퍼’ 세트 중 최고급품인 ‘고메 햄퍼 디럭스’(50만원)도 서씨가 제안해 새로 만들었다. 햄퍼 최고급품 매출은 이에 따라 지난해 설보다 38% 늘었다.

 서씨는 또한 맞춤옷을 디자인하던 패션감각을 발휘, 100여 종의 고급 선물세트 포장을 바꿨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선물세트 상자 대신 수납함으로 쓸 수 있는 오동나무 상자에 고급 종이로 띠를 두르고, 그 위에 한자로 선물 이름을 표기한 포장을 디자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추석에도 VIP 고객용 선물로 서씨의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제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한 것으로 호텔 숙박권, 명품 브랜드 소품, 유명 작가들의 판화작품 등이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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