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부채비율 31년만에 최저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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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체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31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 체질' 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상이익률도 9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0일 '99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을 통해 제조업 뿐 아니라 건설업.도소매업의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수익성이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부채비율 개선이 부채감축보다는 유상증자에서 비롯됐고 이익률 상승도 금리하락 등 영업 외의 요인에 힘입은 바 커 실질보다 겉이 더 좋아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낮아진 부채비율〓지난 6월말 현재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2백47.2%로 지난해 말의 3백3%보다 55.8%포인트 낮아져 지난 68년(2백7. 5%)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의 조사대상 제조업체 1천8백29개의 부채비율 분포를 보아도 부채비율 2백% 이하 비중이 46.4%로 98년말보다 6.0%포인트 늘어났다.

제조업의 전체 차입금도 지난해 말의 2백63조6천억원에서 3조2천억원 줄어들었다.

또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빚(유동부채)에 대한 유동자산(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비율도 지난해 말의 89.8%에서 94.1%로 올라 단기 지급능력도 좋아졌다.

하지만 낮아진 부채비율 55.8%포인트 가운데 36.6%포인트가 유상증자에 기인하며 7%포인트가 자산재평가 기여분이기 때문에 부채비율 하락은 주로 자기자본을 늘린데서 비롯됐다.

미국계 증권회사인 모건 스탠리의 이승훈 이사는 "경기 회복기에 제조업의 차입금이 줄어든 것은 한국경제 전망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 라고 평가했다.

◇ 흑자로 돌아선 영업〓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의 적자(-0.4%)에서 올 상반기에는 4.2%의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95년 상반기(4.2%)이후 최고수준이며 3저 호황기인 88년의 4.1%보다도 높은 것이다.

기업들이 지난해에는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4원을 손해보는 헛장사를 했지만 올들어선 1천원어치를 팔아 42원의 이익을 낸 셈이다.

이는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률이 지난해의 9.3%에서 7.4%로 낮아진데 힘입은 바 크다. 제조업체 이자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20조원에서 올 상반기 15조5천억원으로 4조5천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또 원화가치가 절상되면서 지난해 상반기의 환차손이 올해는 환차익으로 바뀐데다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 처분.평가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수익성을 높인 요인이다. 영업 자체보다 영업 이외의 요인에서 흑자를 만든 측면이 큰 것이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변동이 기업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며 "특히 올해부터는 회계기준이 바뀌어 환차손익을 이연시키지 못하고 전액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대처노력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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