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구리·주석 장사’로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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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원자재 비축사업은 조달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조달청은 현재 시세 기준으로 1조원 안팎의 구리·주석 등 여섯 가지 비철금속 원자재를 비축하고 있다. 가격 하락기에 원자재를 구매해 뒀다가 나중에 가격이 많이 오를 때 내다 팔아 시장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조달청이 이런 원자재를 얼마에 샀으며 비축 원자재가 현재 시가 대비 어느 정도 가격이 올라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확한 손익 계산은 원자재를 시장에 내다 파는 방출 시점에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원자재를 얼마나 싸게 샀는지 알려지면 ‘방출가격을 내려라’는 업계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보유 물량과 가격 정보 등이 원자재 시장의 참여자들에게 알려지면 구매 계약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조달청이 지난 주말 언론 보도에 해명하는 자료를 내면서 비축 원자재의 재고 단가를 공개했다. 원자재 비축 과정에서 ‘손해보고 있지 않다’는 반박을 하기 위해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유 물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구리·주석 등 조달청이 비축하고 있는 여섯 가지 원자재의 시세 대비 재고단가(평균 구매가)는 83.5%였다. 특히 구리와 주석은 시세의 70% 수준이었다. 납(85%)·아연(88.7%)도 시세보다 비교적 싸게 구입했다. 반면 니켈(합금용)은 97.9%로 시세와 거의 비슷했다.

 특히 철 스크랩 구매로 재미를 봤다. 2009년 하반기 철 스크랩을 t당 평균 312달러 수준에서 구매했는데 현재 가격은 t당 510달러 수준이다. 구매가격보다 63.5%나 오른 것이다. 조달청은 국내 철 스크랩 성수기 등을 감안해 올해 1분기 중 물량을 방출할 예정이다.

 조달청 김응걸 원자재비축과장은 “조달청은 장래 수급 불안 대비, 수급 불균형 완충,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적 목적을 우선시해 비축하고 있으나, 수익도 상당 폭 실현하고 있다”며 “방출물량도 시장상황에 맞게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원자재 비축에 시장 수요를 더 감안하기로 했다. 국내 수입수요의 60일분으로 획일적으로 설정해 온 목표비축량을 품목별로 차등화했다.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안 우려가 큰 품목의 비중을 확대했다. 구리 80일분, 주석 75일분을 비축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알루미늄은 45일분으로 축소했다. 지난해 원자재 비축 규모는 수입수요의 51.5일이었다.

 조달청은 올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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