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진 3부자 사법처리 수위싸고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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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명예회장의 3남인 조수호(趙秀鎬)한진해운 사장과 장남인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회장이 각각 8, 9일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고 趙명예회장의 출두도 임박함에 따라 이들 3인의 사법처리 수위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국세청 고발 이후 한달여 동안 40여명에 이르는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들의 범죄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상태여서 사법처리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수사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내용이 워낙 방대해 (수사에)시간이 걸렸을 뿐 지금까지 특별한 걸림돌없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 3부자 중 누구를 구속시키느냐는 문제를 놓고 적지 않게 고민하는 눈치다.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세청 고발을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최대의 탈세 규모인데다 ▶국제거래를 통한 외화 이전▶해외 위장송금을 통한 기업자금 유출▶해외조성 비자금의 개인적 유용 등 수법이 다양하고 죄질도 좋지 않아 전원을 엄벌해야 한다는 '당위론' 이 존재한다.

반면 이들이 부자지간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란 점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을 이끌고 있어 자칫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요 사건에서 부자와 형제 등 직계가족을 동시에 구속시킨 예는 극히 드물다. 한보그룹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정태수(鄭泰守)총회장과 4남 정보근(鄭譜根)회장, 덕산그룹 부도사건과 관련해 박성섭(朴誠燮)회장과 모친 정애리시(鄭愛利施)씨의 사례 정도가 있을 뿐이다.

때문에 검찰은 공식적으로 "범죄사실.범죄경위 및 사건 후 정황, 기업에 미치는 여러 영향과 가족관계 등 제반 요소를 종합해 상식과 순리에 따라 결정할 것" 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선 적어도 趙명예회장의 경우 구속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령(79세)에 지병이 있는 데다 명예회장으로 일선 경영에선 손을 놓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그동안 한진그룹을 일구면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趙명예회장의 경우 검찰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趙회장은 혐의가 인정된다면 구속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趙사장에 대해선 검찰이 구속과 불구속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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