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끈기로 얻어낸 “북 우라늄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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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버그 부장관, 한덕수 주미대사(왼쪽부터)

미·중 정상회담 직후 제임스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를 만나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큰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고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정상회담 중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을 강하게 압박했으며, 중국이 일정 부분 북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19일 오후 미·중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미 국무부에서 한 대사와 만났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한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공동성명 문안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했다. 후 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시점까지 “북한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어떤 내용에도 반대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 UEP는 미국과 중국에도 커다란 위협 요소”라며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때 수전 라이스(Susan Rice) 유엔 주재 미국대사까지 배석시키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북한 UEP를 공동성명 문안에 넣고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 측에 별도로 “북한 UEP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를 꺼렸던 중국이 일정 부분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디딤돌(Stepping Stone)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중 공동성명의 영문본과 중문본에 해석상 표현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양국의 언어로 두 개의 문서를 작성했지만, 기본적인 협의는 영문본으로 진행했다”며 “영문본의 표현은 중국 당국이 모두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악관이 19일 저녁 공동성명 영문본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수시간 전에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영문본 내용을 먼저 게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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