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3000만원 조정받은 이대호 “지금 기분 좋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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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7억원을 요구했던 이대호는 20일 KBO 연봉조정위원회가 구단 제시액 6억3000만원의 손을 들어주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대호가 지난 시즌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프로야구 간판 타자 이대호(29)와 소속 구단 롯데의 연봉 줄다리기는 구단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대호에 대한 연봉 조정을 했다. 유영구 KBO 총재가 지명한 조정위원 5명은 4시간2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롯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이대호의 2011년 연봉은 선수 요구액 7억원이 아닌 구단 제시액 6억3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어떻게 결정했나=회의 결과를 발표한 김소식 조정위원은 “구단과 선수 안 모두 합리성이 있었다. 하지만 양자택일로 금액을 정하기로 한 이상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정의 가장 큰 기준은 롯데 구단의 연봉 고과였다. 김 위원은 “구단이 이대호에 대해 매긴 고과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다른 롯데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구단 안이 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김종(한양대 교수) 위원은 “고과 기준은 시즌 전 구단과 선수가 합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회의는 왜 길어졌나=이번 조정회의 시간은 지난해 롯데 이정훈(현 넥센) 조정 때에 비해 두 배가량이었다. 조정위원으로 참여한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두 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정위원회는 구체적인 찬성-반대 수는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 발표했다. 이번 조정은 KBO에도 부담이었다. 금액 자체가 컸다. 종전 연봉 조정 최고액은 2002년 LG 유지현의 2억2000만원. 이번 조정 금액은 그 2.86배다. 게다가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7관왕에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연봉을 제3자가 조정한다는 점 외에 KBO가 현재 9구단 창단 문제로 롯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부담이었다.

  ◆후유증은=이대호는 이날 김해공항에서 전지훈련지인 사이판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도중 조정 결과를 전해 들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이대호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대호의 첫마디는 “솔직히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였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연봉조정 신청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꼭 듣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대호의 연봉 요구액 근거자료를 준비했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구단 고과를 우선했다는 것 자체가 구단에 편향된 결정을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KBO 총재가 전원 지명하는 조정위원은 중립적인 판결을 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사직구장 사무실에서 결과를 전해 들은 배재후 롯데 단장은 “이번 일로 (이)대호도 그렇고, 구단도 그렇고 서로 상처를 입었다. 22일 전훈지인 사이판에 합류해 (이)대호와 잘 이야기해보겠다”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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