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마(魔)가 낀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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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쿵제 9단

제9보(89~102)=백△가 팻감이냐. 결론은 ‘아니올시다’였다. 불청했으면 백 대마는 사망이었다. ‘참고도 1’ 흑1로 패를 해소하면 백의 선택은 두 가지. 그중 하나가 백2의 젖힘인데 흑3으로 절단하면 백은 출구가 없다. 아무 맛도 없이 봉쇄된다. 귀의 흑은 살아 있다. 백의 나머지 선택은 ‘참고도 2’ 백2로 뻗는 것. 그러나 이것 역시 흑3, 5로 봉쇄하면 그만이다. 한 집은 있으나 또 한 집을 낼 수 없다.

 그리 어려운 수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모니터 속에서 쿵제 9단의 손길은 89로 이동하고 있다. 마(魔)가 끼는 날이 있다. 그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쿵제도 나중에 돌아보며 허허 웃었을 것이다. 일단 89로 받게 되자 팻감이 계속 발생했고 백은 크게 여유를 갖게 된다. 본래는 A로 패를 써야 했다. 팻감을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 B의 악수 패를 써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은 89로 인해 다 사라졌다. 97의 패에 98로 받은 것은 대단한 강수. 팻감에 여유가 생긴 김지석 7단은 기회가 도래하자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여 끝장을 보자고 한다. 쿵제는 급해졌다. 하변 백집이 눈사태처럼 불어나 뭔가 크게 사건을 벌여야만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93·96·99·102=패 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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