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자, 쌍성주위 도는 외계행성 최초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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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국 여성 과학자가 한쌍을 이룬 별의 주위를 돌고 있는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미국 노틀담대학 여성 천체물리학자 이선홍 교수와 남편인 데이비드 베네트교수가 이끄는 미소렌즈행성탐사(MPS:Microlensing Planet Search) 팀은 영국 과학저널`네이처(4일자)''에서 쌍성 주위를 도는 행성을 최초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90년대에 외계 행성이 약 20개 발견됐지만 모두 별 하나의 주위를 회전하는 것이었으며 쌍성을 회전하는 행성은 처음 발견된 것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행성은 질량이 목성의 3배 정도로 크고 서로 2억7천만㎞(태양-지구거리의 약 1.8배) 떨어져 있는 두개의 별을 중심으로 약 10억5천만㎞(지구-태양거리의 약 7배) 떨어진 거리에서 회전하고 있다.

미국 과학재단(NSF) 천문학분과 모리스 아이젠만박사는 "태양계 주변의 별 중절반에서 3분의2 정도가 두개 또는 그 이상의 별들이 하나의 항성계를 이루고 있다"며 "쌍성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아낸 것은 행성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지금까지 쌍성계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행성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쌍성의 주위에도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외계 행성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쌍성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아내는데 중력 미소렌즈(gravitational microlensing)라는 현상을 이용했다.
중력 미소렌즈는 1930년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별이나 행성이 멀리 있는 별의 앞을 지나갈 때 이 별과 행성의 중력이 `렌즈''처럼 빛을 증폭시키는 작용을 해 멀리 있는 별이 더 밝게 보이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우주의 `암흑물질(dark matter)''을 찾기 위해 중력미소렌즈현상을 이용해 별을 관측해온 미 과학재단 산하 연구팀(MACHO)이 97년 2만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중력 미소렌즈 현상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별의 밝기 패턴이 하나의 별이 렌즈로 작용해서 생기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 미소렌즈현상이 쌍성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교수는 "중력 미소렌즈는 수십억달러가 드는 대형천체망원경 등을 제외하면 외계에서 지구 크기 정도의 행성을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천문학자들이 쌍성계 자체의 궤도운동이 멀리 있는 별의 밝기를 변화시켰거나 멀리 있는 별 자체가 바로 쌍성계의 일부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어느 것이 맞는 지는 앞으로 관측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노트담대학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며 "중력미소렌즈를 이용한 외계 행성 발견 뿐아니라 초신성과 감마선폭발, 블랙홀, 암흑물질 등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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