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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바뀐 프로야구 FA제도, 덕분에 신난 LG 이택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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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야구 LG의 운영팀 직원이 황급히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화를 걸었다. “그럼 이택근이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인가.” KBO의 답은 “그렇다”였다. LG는 낙담했지만 이택근(31·LG·사진)은 “살다 보니 이런 행운도 찾아온다”며 웃었다. 지난 11일 FA 제도 변경이 낳은 풍경이다.

 이날 KBO 이사회는 대졸 선수의 FA 취득기간을 종전 9년에서 8년으로 한 해 단축했다. 선수들에게 좀 더 일찍 혜택을 주면서 FA의 이적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최대 수혜자로는 국가대표 외야수 이택근이 꼽힌다. 고려대 출신의 이택근은 종전 규약대로라면 2012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이번 개정 덕분에 올 시즌을 부상 없이 보낸다면 곧바로 FA가 돼 이적 혹은 연봉 상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LG는 당황스럽다. LG는 2010 시즌을 앞두고 현금 25억원과 선수 두 명(포수 박영복·외야수 강병우)을 넥센에 내주고 이택근을 영입했다. 최고 우타 외야수로 평가받는 이택근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했다. 지난해 이택근이 오른 무릎 통증으로 91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LG는 FA 자격 획득까지 2년간은 더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이택근이 LG를 떠날 수 있는 시기가 한 해 앞당겨진 셈이 됐다.

 더욱이 LG는 올 시즌 이택근의 연봉을 동결(2억7000만원)했다. 각 구단은 FA 자격 취득에 한 시즌을 남긴 선수의 연봉은 높게 책정하곤 한다. 다른 구단이 FA를 데려가면서 내야 하는 보상금(연봉의 200~300%)을 높여 이적의 장애물을 만드려는 의도다. 하지만 FA 제도가 갑작스럽게 바뀐 탓에 LG는 이런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택근은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온 만큼 올 시즌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LG 관계자는 “당황스럽지만 올 시즌 뒤 이택근을 잡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택근 외에도 손인호와 경헌호(이상 LG)·정재훈(두산)·강병식(넥센)·이승호(SK·배번 37) 등이 올 시즌 뒤 한 해 먼저 FA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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