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일기 쓰기 지도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겨울방학 기간,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제 중 하나가 일기 쓰기다. 추운 날씨 탓에 야외활동이 적어 마땅한 글감을 찾기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특별한 이벤트나 소재가 있어야만 일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의 얘깃거리로 얼마든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기를 쓸 수 있다.

초등 고학년 테마별 일기를 쓰면 창의력 쑥쑥

정혜욱(39·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씨는 딸 박대영(서울 대치초 3)양과 겨울방학 동안 박물관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독서일기·관찰일기·실험일기 등 다양한 테마일기를 써온 박양은 또래에 비해 글쓰기 실력이 높은 편이다. 정씨는 “최근 대영이가 연평도 사건을 보며 남북관계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아이의 관심사를 일기 쓰기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테마별 일기 쓰기는 집중력·표현력·논리력·창의력을 키워준다. 또 서술형평가를 위한 올바른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연구소 이언정 책임 연구원은 “그림·사진 붙이기, 사설 읽고 자기 생각 쓰기, 학습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일기를 쓰게 하면 반복된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이 싫증을 느끼지 않고 일기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필·동화·시로 일기를 쓰면 각 장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같은 장르의 글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설명문·안내서·조립 설명서처럼 정보 전달 형식의 일기 쓰기도 할 수 있다.

남자 아이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자동차나 로봇을 조립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일기를 써보게 하면 효과적이다. 주장하는 글,광고 글 등의 형식으로 일기를 써보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편지·초대장 형식의 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달할 때 쓰는 글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고학년 학생들은 글쓰기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형식은 자유롭더라도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라는 원칙에 맞게 생각을 풀어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육하원칙에 맞게 일기를 쓰는 버릇을 들이면 문장의 인과관계를 배우고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며 “평소에 신문기사나 사설 등을 읽으며 논리적인 글의 구성을 익힐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제목을 붙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제목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자신이 쓰려는 이야기 내용을 함축하는 단어나 문장으로 작성하되 가급적 구체적으로 써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소풍을 다녀왔다면 단순히 ‘소풍’이라고 쓰기보다 ‘친구와 함께 한 즐거운 보물찾기’처럼 한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적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게 격려를

일기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휘력과 관찰력이다.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면 사소한 내용도 풍부하게 보인다. 관찰력은 사물을 보는 힘을 길러주고 일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높여주는데 제격이다.

이소현(36·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씨는 딸 김정은(서울 도곡초 1)양에게 날씨를 개성있게 적게 해 어휘력을 높인다. 단순히 ‘맑음’ ‘흐림’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글자를 한데 섞어 표현하는 것이다.

예컨대 ‘흐렸다 갬’을 표현할 때는 구름을 그리고 옆에 화살표를 표시해 방긋 웃는 해를 그려 ‘갬’이라고 표시한다. ‘맑음’을 표현할 때도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처럼 하늘도 푸르고 맑음’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도록하는 것이다.

같은 표현이라도 어휘가 풍부하면 좋은 글,재미있는 글이 된다. 어휘력을 기르려면 끝말이어가기나 상대방이 특정 낱말을 말하면 그말을 넣어 짧은 글을 짓는 놀이를 해보면 좋다. 음절 수에 따른 낱말 찾기(1음절 단어: 펜·밤·낮 / 2음절 단어: 겨울·시골·엄마), 의성어·의태어 연습하기, 동의어·반의어 찾기 놀이 등도 도움이 된다. 서울 연희초 이승희 교사는 “새롭게 배운 단어를 사용해 일기를 써보는 것도 어휘력을 기르는데 좋다”며 “가·나·다,a·b·c 또는 자기 이름으로 시작하는 글을 삼행시처럼 적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그리면서 소재를 찾는 방법도 있다. 일기장을 펼친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물이나 사람을 일기장 제일 가운데 그린 다음, 연관된 생각들을 계속해 펼쳐나가다 보면 생각을 길게 표현하고 싶은 소재를 찾을 수 있다.

일기는 말 그대로 하루의 기록이므로 좋았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 등을 솔직하게 써야 한다. 마지막 부분에 늘 ‘앞으로 ~하지 말아야겠다’ ‘다음부터는 ~해야겠다’ 식의 형식적인 문장을 유도하지 말고 감정과 느낀 점을 솔직히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교사는 “일기는 하루 일과를 정리하거나 아이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맞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형식에 맞게 글을 쓰도록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진설명]테마별 일기를 꾸준히 써온 박대영 양은 방학 동안 박물관 일기를 써 볼 생각이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