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중 한날 국방장관 회담 … 한·미·일 ‘남방 결속’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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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기타자와 서울 회담

1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악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은 10일 국방부에서 회담을 갖고 상호군수지원협정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는 “두 장관은 한·일 간 군사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국방교류협력을 확대·심화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며 “상호군수지원협정에 대해선 구체적인 협의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선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및 인도적 지원, 재난 구호활동, 해군 간 수색 구조훈련 분야에서 양국이 물자·식량·연료 등을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틀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등 군사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협정이 체결되면 한·미·일 3국 간 ‘남방 결속’은 힘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일각에선 협정 체결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 길을 터준다”며 비판적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국방부는 이날 “양국이 군사협정 (체결) 추진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톤을 낮추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는 한·일 군사협력과 함께 한·중, 한·중·일 간 군사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대결 구도나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고 큰 틀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호군수지원협정의 경우 소말리아 등에서 오래전부터 논의해온 사안이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며 “다만 그렇지 않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가며 점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협정 체결을 위한 후속 논의 시기와 관련해서도 “실무자들이 만나 논의할 것이지만 시한을 구체적으로 정해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추위로 야외 의장대 사열 취소=일본 방위상의 방한은 2005년 1월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당시 방위청장 방한 이후 6년 만이다. 2007년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된 이후론 첫 방한이다. 군 당국은 당초 기타자와 방위상을 맞기 위해 국방부 연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기로 했다. 하지만 혹한으로 행사는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치러졌다.

◆중 "한·일 군사동맹 맺나” 긴장=한국과 일본의 국방장관 회담을 중국 측은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은 “한·일 양국이 군사동맹을 맺으려는 것 아니냐”며 노골적인 의혹을 제기해 오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1일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 맞춰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매체인 둥팡왕(東方網)은 한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1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4시간가량 열렸다”고 보도했다. 신경보(新京報)는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이 서울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만나 중요한 군사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글=김수정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사진=변선구 기자

게이츠-량광례 베이징 회담

10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미 국방장관은 10일 베이징에서 량광례(梁光烈·양광렬) 중국 국방부장(장관)을 만나 “양국이 오해를 피하기 위해선 군사 분야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중국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회담을 마친 뒤 합동 기자회견을 했다.

 게이츠 장관은 “우리는 (군사 차원에서) 의사소통 오류·오해·오판을 줄이기 위해 정치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군과 군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량 부장은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군과 군의 접촉이 오해와 오판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량 부장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중국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은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미국이 대만에 6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행위에 중국이 크게 반발하면서 예정됐던 게이츠 장관의 중국 방문과 중국 인민해방군 천빙더(陳炳德·진병덕) 총참모장의 방미를 비롯한 양국 군사교류가 1년간 파행을 겪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18~21일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국방 분야의 실무 조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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