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교육에 지친 엄마들 “슬프지만 내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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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강홍준
사회부문 기자

“기사 한 줄 한 줄이…참 슬프지만 내 얘기였어요.”

 본지가 7일부터 3회에 걸쳐 실은 ‘대한민국 엄마, 교육에 지치다’ 시리즈를 읽은 주부 김모(50·서울 송파구)씨가 보내온 e-메일 내용이다. 그의 고3 아들은 수능성적이 좋지 않아 재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좋다는 학원은 다 보냈고 사교육비로 한 달에 200만원이나 썼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수를 하게 되자 가족의 따가운 눈총에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아이의 수능성적이 좋지 않은 것을 모두 엄마 탓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란다.

 김씨 같은 전업주부든 직장맘이든 엄마들은 기사 속 서글픈 자화상이 “바로 내 모습”이라며 답답해했다. 직장맘이 학부모 사이에서 따돌림당하는 현실을 보여준 기사에 대해서는 “왜 가뜩이나 힘든 직장맘을 힘 빠지게 하느냐”는 항의도 있었다. 또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까, 독보적인 스펙을 쌓게 할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에만 몰두하는 엄마들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 엄마들은 교육에 지쳐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칭찬했지만, 정작 우리 엄마들은 그 뜨거운 교육열에 몸을 데인 듯하다.

본지 1월 7일자 1면.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자녀 교육과 진학 부담을 모두 엄마가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문제의 해법인 셈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학교가 나서줘야 한다. 교사들은 교육·진학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엄마들이 아무리 학원가를 뛰어다녀도 진학상담 베테랑 교사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나서면 엄마들의 부담은 한결 줄어들 수 있다. 엄마가 식당을 운영하느라 제대로 뒷바라지를 할 수 없었던 이화여고 3년 김나영양의 빈자리를 교사들이 메워준 게 좋은 본보기다<본지 1월 10일자 21면>. 학교와 교사가 열의를 갖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대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보여준 것이다.

 올림픽을 치르듯 3~4년마다 난수표처럼 바뀌는 입시 정책은 학부모에겐 버거운 짐이다. 엄마들은 “뭘 바꾸겠다고 나서지 말고, 차라리 가만 놔두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정부와 학교와 교사는 엄마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청거리게 하는 교육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지를 진심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강홍준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