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곽선희 목사 설교에 담긴 ‘소망교회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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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백성호 기자

한국 개신교계가 시끌시끌하다. 2일 발생한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의 담임목사와 부목사간 폭행 사건 때문이다.

 개신교계는 “소망교회의 신·구 세력간 갈등을 푸는 열쇠는 곽선희 원로목사가 쥐고 있다”고 본다. 이유가 있다. 소망교회 사태의 본질을 김지철 담임목사 측과 곽선희 원로목사 측의 대립으로 보기 때문이다.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예수소망교회를 찾았다. 예수소망교회는 곽선희 원로목사의 장남이 담임을 맡고 있다. 곽 원로목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했다. ‘소망교회 폭행사태’ 이후에 하는 첫 설교였다. 혹시 소망교회 문제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렸다.

 곽 원로목사는 ‘소망교회’ 네 글자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설교의 주제는 ‘소망교회 사태’를 염두에 둔 인상이 강하게 풍겼다.

 곽 목사는 ‘금덩어리 일화’부터 꺼냈다. “형제가 길을 가고 있었다. 동생이 황금을 주웠다. 형님이 ‘나도 좀 보자’며 황금을 잠깐 빌렸다가 다시 돌려줬다. 둘은 강나루에 다다랐다. 형님은 ‘야, 그 금덩어리 다시 한번 내게 줘라’고 말했다. 그리고 황금을 받더니 강물에 휙 던져버렸다. 동생은 깜짝 놀랐다. 형님이 말했다. ‘잘 생각해보아라. 우리 사이가 얼마나 좋았느냐.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느냐. 그런데 금덩어리가 생겨서 달라졌다. 이것이 내 손에 있을 때는 욕심이 생기고, 네 손에 있을 때는 내 마음 속에서 너를 미워하게 되더라. 이 금덩어리가 화근이다. 그래서 물속에 던졌다.” 소망교회 문제를 연상케 하는 발언이었다.

 예배당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곽 목사는 “형제 관계는 끊을 수 없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생이 정말 잘못했다고 하자. 그래서 형이 그 못된 동생을 때렸다. 그러자 동생이 대들었다…”는 ‘형제간 싸움’을 예로 든 뒤 “원망하는 것도 죄이지만, 원망 받는 것도 죄다. 때리는 것만 죄가 아니다. 맞는 것도 죄다. 미워하는 것만 죄가 아니라 미움 받는 것도 죄다”라며 누구든 먼저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목사는 “예수님 말씀에 ‘먼저 화목하라’고 하셨다. 어떤 것보다 먼저 화목이다. 돈보다, 출세보다, 권세보다 중요한 게 화목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소망교회의 장로들도 두 편으로 갈라져 있다. 소망교회는 최근 수년간 신임장로 선출도 거의 하지 못 했다. 교회 내분으로 인해 장로 후보자가 세례교인 투표자 수의 3분의2 이상 찬성표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망교회 문제에 대한 곽 목사의 입장이 중요하다.

 어쩌면 곽 목사는 “나는 이미 소망교회에서 은퇴했다. 그건 그들의 문제다. 나와 상관없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여전히 “곽선희 목사가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본다. 주일설교에서 곽 목사는 이미 ‘소망교회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남은 것은 그 실천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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