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Story] 음악 평론가 임진모 ‘록의 전설, 이글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이글스는 흑인 수퍼스타 마이클 잭슨이 부상하기 전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 최고의 스타밴드였다. 이글스의 퇴장과 함께 팝뮤직의 헤게모니가 백인 컨트리 음악에서 흑인 리듬앤블루스(R&B)로 넘어갔다고 팝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다는 1970년대는 록이 중심에 섰고 그 판세는 미국이 아닌 영국이 쥐고 흔들던 시절이었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퀸, 엘턴 존, 폴 매카트니 같은 영국 출신의 막강한 스타들이 판치고 있던 때, 만약 이글스마저 없었다면 미국 음악계는 영국에 땅만 빌려주는 꼴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글스를 ‘미국 음악의 자존심’과 동격화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영국에 비틀스가 있다면 미국에는 이글스가 있다!”고 말한다.

 이글스 하면 조건반사처럼 ‘호텔 캘리포니아’라는 곡이 떠오른다. 이 곡이 대박을 치면서 실은 그 이전 히트곡을 집대성한 앨범도 덩달아 팔려나간 것이다. 이글스의 음악은 백인 전통음악인 컨트리를 록으로 해석한 이른바 컨트리 록의 요소가 강했지만 ‘호텔 캘리포니아’는 컨트리 냄새를 지워 어느 나라 록 팬이라도 흡수할 ‘유니버설 록’의 진수를 구현했다.

이 곡은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 에릭 클랩턴이 쓴 ‘레일라(Layla)’와 함께 20세기 록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를 암시하는, 약간은 아리송한 가사 내용은 곡에 신비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한 비평가는 이 곡을 ‘긴장의 1970년대와 탐욕의 1980년대 사이에 위치한 이정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성이 곡의 역사적 가치를 상승시켜 주었음은 분명하다.

 이글스는 1979년 후속곡 ‘더 롱 런’을 내고 얼마 후 해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글스에 대한 추억과 재결합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은 끝내 그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냈다. 밴드는 1994년에 재결합, MTV 공연실황 앨범 ‘헬 프리지스 오버’와 함께 거대한 성공신화를 그려냈다.

 2007년 28년 만에 정규 신보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을 낸 것이 말해주듯 앨범이 많지 않은 전형적인 과작(寡作) 아티스트임에도 그들의 변함없는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국내 공연기획사들 사이에도 2000년대 들어서도 늘 ‘섭외 0순위’였다. 비틀스처럼 멤버 넷이 모두 곡을 쓰고 보컬을 맡는 것도 그들의 각별한 장점 가운데 하나다.

 국내 팬들은 이글스의 내한공연을 학수고대해 왔다. 이글스가 오는 것은 하나의 인기 밴드가 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록 전설’이 오는 것이다.  

팝 칼럼니스트 www.izm.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