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 ‘야인 생활’ 끝 이방호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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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방호(66·사진) 전 사무총장을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장(장관급)에 내정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4일 이 사실을 이 전 총장에게 통보했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5일 밝혔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작업을 주도한 이 전 총장은 당시 친박근혜계로부터 ‘친박 학살 주역’으로 지목받았고, 18대 총선에서 민노당 강기갑(경남 사천) 의원에게 패배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이 펼친 낙선운동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친이명박계 핵심이었던 이 전 총장은 이후 2년8개월 동안 아무런 역할도 맡지 못했다. 개각 때 행정안전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내린 적이 있으나 이 대통령은 그를 기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땐 경남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등 열심히 뛰었으나 선거엔 나가지 못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달곤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남지사 후보로 적극 민다는 걸 알고 스스로 주저앉은 것이다. 지방선거 후엔 농식품부 장관,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희망하며 청와대 측에 의사를 피력했지만 또다시 외면당했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선 “홀대에 화가 난 이 전 총장이 18대 총선 공천의 비밀을 폭로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런 이 전 총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부 직을 맡아 복귀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협중앙회 회장과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 전 총장은 지방 사정에 밝은 분인 만큼 지방분권화를 촉진하는 일을 하는 데 적임자”라며 “오랜 공백기를 가진 그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는 건 이 대통령이 그에 대해 일정한 신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맡았던 국민권익위원회처럼 어떤 사람이 책임을 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앞으로 지방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8년 12월 출범한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문제를 다루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2013년 5월까지 운영된다.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이다.

전임 위원장은 이숙자 전 성신여대 총장으로, 2년 임기가 지난해 11월 만료돼 현재는 위원장 공석 상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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