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펀드 투자] 해외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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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중국 펀드와 브릭스(BRICs) 펀드를 2007년 펀드 열풍 때 가입했다면 아직까지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상투 부근에서 자금 유입이 집중된 것이 문제였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펀드에 투자할 때도 주식 투자처럼 펀더멘털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 해외 펀드는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금리, 환율 외에도 밸류에이션(저평가도)과 이익 성장 등 펀더멘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우선 살펴야 할 것은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 수급 상황이다. 각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커지면서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 수급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과 같은 유동성 장세에서는 펀드의 자금 흐름이 주가와 직결되는 만큼 주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신흥아시아로 해외 뮤추얼펀드 자금이 집중되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증시가 상승했다. 최근에는 동남아와 중남미로의 자금 유입은 주춤한 반면에 러시아·동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하겠지만 올해에는 지역별 차별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주식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밸류에이션도 꼭 살펴야 할 지표로,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에서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로 판단하는데 PER은 주가가 올라갈수록, 기업 이익이 줄어들수록 커진다. 밸류에이션은 상대적 강도로 따져야 하지만 일단 PER이 역사적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면 과열 국면으로 여겨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 중국 펀드 투자가 집중됐던 2007년 10월의 중국 증시의 PER은 24배 수준이었다. 역사적 평균(13배)보다 배가량 비쌌다. 그 때문에 단기 수익률에 의존한 묻지마식 투자는 실패로 이어졌다.

 PER이 낮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저PER은 주가흐름이 부진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저평가됐으면서도 이익 개선 가능성이 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이 낮다. PER로 보면 러시아와 일본, 중국 등이 저평가 상태로 볼 수 있다.

 기업 이익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짚어봐야 한다. EPS와 ROE는 기업 이익의 양적·질적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주가와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실적 전망과 함께 ROE가 우수한 국가와 업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이들 지표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에는 인도와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른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단기투자자는 이익 전망이 밝은 국가를 택하는 것이 낫다.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인도와 러시아 등이 그렇다. 장기투자자는 주식시장의 저평가도와 이익 전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격형 투자자는 중국·러시아처럼 변동성이 큰 국가, 안정추구형 투자자에게는 인도나 선진국이 투자에 적합하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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