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1587억 호화청사, 52억 휴양소도 모자라 48억 제주 휴양소 또 짓겠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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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용산구는 지난해 8월 1587억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전체면적 5만9177㎡)의 호화청사를 완공했다. 지난해 10월에는 52억원을 써서 경기도 양주시에 ‘용산가족휴양소’를 세웠다. 모텔 건물을 사서 건물 4개 동(전체면적 1998㎡)에 25개 객실을 갖춘 휴양소로 바꿨다.

 이렇게 주민 세금을 펑펑 쓴 용산구청이 이번에는 제주도에 48억원짜리 휴양소를 짓겠다고 나섰다. 경제난으로 세수가 줄어 지자체들이 각종 경비를 절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5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구의회 본회의에서 제주시 애월읍에 연면적 2537㎡의 호텔 3개 동을 매입한다는 내용의 ‘용산구 구유재산 관리계획안’이 통과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호텔을 사서 리모델링해 주민과 구청직원이 이용하는 휴양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시 통과된 예산은 건물·땅 매입과 리모델링 비용을 합쳐 48억원이다. 양주시 휴양소에 이은 두 번째 휴양소다.

 용산구가 지난해 10월 양주시에 ‘용산가족휴양소’를 지으면서 내건 명분은 주민들의 높아진 관광 욕구를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주민 복지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시설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용산가족휴양소의 이용률은 낮다. 주말에도 객실의 60~80% 정도만 찬다. 강남석 용산구 주민생활지원팀장은 “주중에는 객실이용률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또는 전화로 예약할 수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이런 휴양소가 있는지 모르는 주민이 더 많다. 회사원 손리나(29·용산구 한강로 3가)씨는 “구청이 주민을 위해 휴양소를 지어 운영한다는 걸 처음 들었다”며 “정말 주민을 위해 지은 건지 공무원들 휴가를 위해 지은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25개 구 중 4개 구가 휴양소를 보유하고 있다. 용산구·동작구·동대문구·서초구다. 2개의 휴양소가 있는 구는 재정자립도 2위인 서초구가 유일하다. 신태경 용산구 총무과장은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구유지를 매각해 얻은 수익 150여억원을 다 쓰기보다 재투자해 대체 재산도 만들고 구민 복지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휴양소 건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인구는 24만4000여 명에 그친다. 서울에서는 종로구와 중구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재정자립도는 63.8%에 불과하다. 호화청사 비난을 받은 용산구 청사를 지을 때는 서울시와 중앙정부로부터 362억원이나 지원받았다. 이 청사에는 아직도 빈 사무실이 많다. 구청사(전체면적 1만4438㎡)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비어 있다.

 용산구의회 설혜영(민주노동당) 의원은 “호화청사에다 휴양소까지 지었는데 또 새로운 휴양소를 만들겠다니 어처구니없다”며 “주민이 1년에 한두 번 이용할까 말까 한 휴양소를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들이는 것은 예산 낭비의 극치”라고 말했다.

  한강로 1가에 사는 김용남(59)씨는 “걷은 세금으로 지역주민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딘지 고민해야 할 구청이 주민에게 실제로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는 곳에 세금을 펑펑 쓰는 것은 잘못”이라며 “주민들은 세금 감시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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