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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부터 퇴직연금·적립식 펀드 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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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7월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이모(28)씨는 급여명세서를 보다 깜짝 놀랐다. 명세서에 적힌 돈은 2000만원 정도였는데 수중에 남은 돈은 거의 없었던 것. 이씨는 “입사 후 옷 사 입고, 친구들에게 한 턱 쏘고, 택시 타고 다녔더니 카드 값 메우기 급급했다”고 토로했다. 이씨처럼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기쁨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다 보면 남는 건 후회뿐이다.

 동양종금증권의 우선진 금융센터강남대로지점장은 “첫 월급 때부터 월급의 70% 정도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지만 종잣돈을 만들어 굴릴 수 있고, 결혼이나 노후대책 등 생애 주기에 맞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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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위해선 퇴직연금·연금저축·주택마련저축 등 장기적으로 꾸준히 돈이 빠져나가는 투자처를 마련해 놓는 것이 상책이다.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다니는 회사의 연금제도다. 요즘 대부분의 회사들은 퇴직연금을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에서 고르게 하고 있다. 이때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선배들을 따라 DB형을 선택한다. 그러나 DB형과 DC형은 장단점이 있다. 승진이 팍팍 되고 임금 인상률도 높다면 DB형이 낫지만, 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다면 DC형으로 받아 따로 굴리는 게 낫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상무는 “새내기들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이 나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며 “위험성은 높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DC형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DC형을 골랐다면 퇴직연금을 운용할 회사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은행과 보험은 안정성이 높고, 증권사는 펀드·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금 상품도 가입하면 재테크와 세테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올해부턴 연간 400만원으로 소득공제 한도가 확대됐다. 단 이들 상품은 5년 내 중도 해지할 경우 가산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요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 펀드는 연령이나 투자 성향에 맞게 갈아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에셋 라이프사이클 연금증권전환형 투자신탁’은 아홉 가지의 하위 펀드로 구성돼 있어 투자 성향에 맞게 언제든 갈아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주 위주의 장세 땐 업종대표주식형에 들었다가 이머징마켓의 수익률이 좋을 땐 글로벌이머징주식형으로 펀드를 바꾸는 식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운용방식에 따라 주식형·주식혼합형·채권형·국공채형 네 가지 중에서 1년에 네 번까지 갈아탈 수 있는 ‘스마일연금펀드’를 판매한다. 이 회사 상품개발팀의 이대희 차장은 “신입사원은 투자 기간이 그만큼 길기 때문에 장기 성과가 우수한 주식형이 알맞다”고 조언했다. ‘동양 퇴직연금2030 증권자투자신탁 1호’ 역시 투자자의 연령에 맞게 주식과 채권 투자비율을 조절해 준다.

 앞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 직장인들에겐 주택마련저축과 장기주택마련펀드도 필수 아이템이다. 올해부터 소득공제 혜택은 없어졌지만 비과세 혜택은 2012년까지 지속된다.

 이런 굵직굵직한 틀을 마련해 놓고도 여윳돈이 남아 있다면 개별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저축하듯이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되 목적에 맞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펀드로 분산 투자하라”고 권했다. 장기 투자가 목적이라면 가치주나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 네비게이터증권1(주식)’ 펀드는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삼성 밸류라이프플랜펀드’ 역시 저평가된 가치주를 발굴해 장기간 보유하는 펀드다. ‘신영 마라톤증권투자신탁’은 고배당주에 장기 투자한다.

 그동안 펀드 투자자들의 애물단지였던 해외 주식형 펀드도 앞으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5년 이상을 내다본다면 최근에 조정을 받은 중국이나 향후 꾸준히 성장할 브라질 등의 이머징 국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결혼자금 등의 단기 목돈 마련을 위해선 펀드보단 ELS가 나을 수 있다. 삼성증권의 김태훈 연구원은 “단기 자금은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금보장형 ELS 상품으로 예금금리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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