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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공정위원장 “공정위도 지금부터 물가에 관심…물가 오를 땐 나서지 않을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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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금부터 우리 위원회는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른 부처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김동수(56·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3일 취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정위가 물가당국이냐’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작심하고 반론을 쏟아냈다. 공정위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가 아니라는 시각에 대해 “나무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맞받아쳤다. 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해 시장가격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위 업무가 결국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경제부에서 생활물가과장·물가정책과장과 차관보를 역임한 물가 전문가다.

 김 위원장의 물가론은 시장의 막힌 곳을 뚫어 경쟁을 촉진하고, 그 결과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시경제 정책과의 정합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쟁정책은 거시정책과 완전히 따로 가는 것도,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는 것도 모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거래법이 경기조절용 정책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정위의 한 간부는 “물가가 오를 때는 분위기에 편승해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과 관련해 기존 패러다임을 발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난 30년이 우리 위원회에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고 엄단하는 차가운 파수꾼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경제주체가 상호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따뜻한 균형추 역할을 추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의 파수꾼’은 정호열 전임 위원장이 애용하던 표현이다. 공정위 본연의 임무는 시장규제자가 아니라 심판 역할이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대중영합주의(populism)적 법제도 도입을 견제해야 한다는 뜻도 담았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새로운 위상을 ‘차가운 파수꾼’에서 ‘따뜻한 균형추’로 제시했다. 국정 기조인 동반성장과 공정사회를 공정위 업무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경쟁법 전문가는 “공정위가 ‘따뜻한 균형추’ 역할에 신경 쓰다 경쟁정책이 자칫 ‘약자 보호’로만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타 부처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공정위를 ‘공정거래부’가 아닌 합의제 독립위원회로 남긴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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