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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있는 학교를 찾아서 ⑤ 나사렛새꿈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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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미래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특히 청소년기의 학교 교육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학벌, 학원교육의 시대에 요즘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학교마다 다양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지역의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있는 초·중·고교를 찾아 소개한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나사렛새꿈학교가 ‘지체장애 아동의 사회적응을 위한’ 짝꿍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기주도적 학습의지를 높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혁·김감우·김승현·김승주·나인준군과 짝꿍 대학생 한단비·유미소·임혜정·최태림씨가 보치아 경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조영회 기자]

장애학생과 대학생의 인연 … 우리는 ‘짝꿍’

21일 오후 나사렛새꿈학교 다목적강당. 조용했던 강당이 박수와 환호성 소리로 시끌벅적 하다. 방학을 맞아 1년간 장애학생과 짝꿍(인연)을 맺은 대학생들이 만남의 행사를 열고 있었다.

 학생들은 한 달 만에 만난 짝꿍 형과 누나들이 반가웠는지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으며 오래된 친구와 대화하듯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담소를 나눈 이준혁(13)·김감우(13)·김승현(12)·김승주(13)·나인준(13)군과 유미소·임혜정·최태림·한단비(일일 짝꿍) 짝꿍(나사렛대학 재학)이 보치아 경기를 시작했다. 조용해진 강당에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과 설레임이 묻어 나왔다. 감우·인준(빨강색 팀), 승현·승주·준혁(파랑색 팀)으로 편을 짰다.

 휘슬이 울리고 빨강색 팀 준혁이가 표적구를 멀리 던지며 회심의 미소를 짓자 상대팀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상대팀이 멀리 던지기에 약하다는 점을 알고 미리 작전을 세워둔 것이다. 보치아는 표적구에 공을 가깝게 던지는 경기로 상대편의 공을 쳐내거나 표적구를 밀어내는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작전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빨강색 팀이 1점 앞서는 상황. 준혁이(파랑색)의 마지막 공이 남았다. 힘차게 굴러간 공은 표적구와 부딪히며 옆으로 굴렀다. 표적구에 가깝게 파란색 공 2개가 자리하면서 파랑색 팀의 역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승부는 가려졌지만 모두가 함께 해 즐거운 표정이었다.

 경기 후에는 1년간 함께 했던 시간을 되돌아 보며 짝꿍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이 마련됐다. 임혜정(특수교육과 1년) 학생이 짝꿍 승주를 위해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가자 짝꿍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승주를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야. 처음 봤을 때 천사 같아 만지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봤는데. 네가 웃어주면 그 순간 나는 부러울 게 없었단다. 나는 행복했다고 웃었는데 너는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며 울 때는 정말 슬펐어. 우리 만남은 끝나지 않을 거야. 앞으로도 그 미소 잃지 않고 훌륭한 어른이 되길 바랄게.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새꿈학교가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연계한 짝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야외활동, 체험학습, 문화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의지를 높여 장애아동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영역에 맞는 차별된 프로그램

나사렛새꿈학교는 0~3세의 발달지체 및 장애위험 영아를 대상으로 충남 최초로 영아학급(2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발달지체영아들의 특성을 고려해 활동·생활중심형 특수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업에 가족들이 함께 참여(매주 수요일 ‘엄마랑 창의적 놀이’)하도록 배려하거나 가정을 방문해(매주 목·금요일) 학교와 가정이 연계한 교육활동지도도 펼치고 있다.

 특히 부모교육·상담을 통해 가족의 요구를 반영한 개별화가족지원계획(FSP)을 작성, 발달지체영아의 전반적인 발달을 향상시키고 가족역량을 강화시켜 조기교육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처럼 영아학급을 포함한 영·유치원(8학급)에서는 발달·정신·지체장애 등 장애 영역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취학아동뿐만 아닌 미취학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매달(2·4주 목요일) ‘리틀새꿈’을 진행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 학부모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영·유아들이 받아야 할 조기교육이나 2차적인 장애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어린이집(2곳)과 연계된 ‘무지개통합’ ‘솜사탕’ 프로그램 등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특색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이 밖에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보치아’ 동아리, 중학교에서의 진로·직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진로·직업 교육 징검다리’, ‘짝꿍’ 프로그램, 학교도서관 ‘생각자람터’, 대학생 자원봉사를 통한 방과후학교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세철 교장 “자신의 특성 살려 스스로 자활의지 높일 수 있는 곳”

나사렛새꿈학교는 충남교육청에 소속된 사립특수학교다. 나사렛학원이 재활복지 특성화 일환으로 1998년 충남 최초의 유치원 과정 특수학교를 설립했다. 오세철(사진) 교장에게 새꿈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특징에 대해 들어 봤다.

-어떤 학급이 운영되고 있나.

 "2005년 초등학교과정 인가를 받았고, 2008년부터는 충남교육청 최초로 영아학급을 2개 반을 개설했다. 2011년에는 중학교과정 인가가 예정돼 있어 영·유아와 초중등에서 모두 98명의 특수교육학생이 다니게 된다.”

-부임 후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교장으로 재임하면서 중증지체장애학생을 위한 초등·중등 교과과정을 인가 받았다. 교실·치료실·다목적 강당 증축을 비롯해 급식실과 도서실을 개소하는 등 장애학생을 효율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시설을 마련했다. 10월에는 건물을 6층으로 증축하고 준공감사예배를 드렸다.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살려 2008년부터 3년 연속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충남특수교육대상학생 정보화 대회에서 은상을 받는 등 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

-대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눈에 띤다.

 "나사렛대 유아·초·중등 특수교육과 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해 수업과 일상생활 보조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대학봉사동아리와 함께 1대 1 맞춤형 학습지원, 산책활동, 클레이 점토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리치료학과는 장애학생들의 보행훈련, 부모교육 등에 도움을 준다. 재활공학과, 간호학과, 언어치료학과에서도 재활보조기구나 언어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로 유명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가족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달 부모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 자녀의 교육활동에 필요한 정보·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애학생을 둔 형제자매가 겪게 되는 심리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깨동무 형제우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도록 심리·정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가족체육대회, 등산, 가족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학생들의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이해와 교육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교사들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더 좋은 교육적 환경을 마련해 나갔으면 좋겠다.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특성을 극대화 시켜 스스로 자활 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 했으면 한다.

박아름 교사 수기
너희들은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

“엄마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는 요즘 교실에서 ‘엄마’라고 불리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라는 호칭이 어색했지만, 3월 초 매일 울며 눈물 콧물 범벅에 눈 맞춤도 안 하던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떠올려보면 참 대견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대학에서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할 때는 대부분 유아들을 대상으로 공부하고 실습을 해서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은 어떨까 고민만 해봤었다. 영아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내가 36개월 미만 영아들의 담임의 역할을 감당하자니 마음에 부담도 컸던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이 울 때, 약 먹일 때, 아플 때, 대변을 봤을 때 등 여러 난처한 상황에서 능숙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약이라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과의 애착형성이 잘 돼 자연스럽게 임기응변 능력이 생기게 됐다.

 나사렛새꿈학교 유치원의 영아원은 학부모들의 입소문과 유명세를 타게 돼 2009년 이래로 2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대상은 0세부터 만 3세 미만의 발달지체, 지체장애 및 장애위험영아로 인원은 한 학급 당 4명이다.

 영아들의 중요한 발달적 과제 중 하나는 주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애착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주양육자의 관계가 영아기에는 참 중요하다. 새꿈학교 영아원의 ‘엄마와 창의적 놀이’시간과 ‘가정방문프로그램’은 가정과의 연계를 위한 특별한 수업이다.

 수요일의 ‘엄마와 창의적 놀이’는 어머니가 학교로 방문해 영아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하루는 강당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그림자놀이를 했는데 아이들이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이가 멀리서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스크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스크린에 온몸을 던지며 우당탕탕 넘어지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울었을 아이가 오히려 활짝 웃으며 어머니에게 안겼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이뤄지는 ‘가정방문프로그램’은 담임교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것으로 어머니가 일일 교사가 되어 영아와 효율적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자 역할을 한다.

 우선 어머니와 상담시간을 갖고 어머니가 진행해야 할 활동에 대해 간단히 계획을 상의한다. 활동을 시작하면 어머니와 영아간의 언어 및 신체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잘 진행되고 있는지 관찰하고 부분적인 지원을 한다. 활동이 끝나면 함께 피드백의 시간을 갖는다. 가끔 가정에 방문을 하면 아이가 깊이 낮잠을 자는 바람에 수업을 못하고 어머니와 상담만 하고 오는가 하면, 하루는 국수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소면을 온 집안에 뿌리고 던지며 돌아다녀서 국수 밭을 만든 적도 있다. 이런 아이를 보며 어머니와 나는 청소에 대한 걱정보다도 전보다 활발해진 아이의 모습에 감탄을 했다.

 학기 초에는 영아반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민도 많았다. 되도록 밝게 웃으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서 화가 나도 꾹 참으며 감정조절도 했다. 무엇보다 아침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미소로 맞아주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특효약이었다. 요즘은 “빵!”, “땡!” 말하며 장난도 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더불어 어머니들이 처음에 부담스럽고 어색하게 느끼셨던 ‘엄마와 창의적 놀이’시간과 ‘가정방문프로그램’은 점차 어머니들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이제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각자의 노하우도 생기고 자녀와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멋진 선생님’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에 특수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더 많이 연구하고 실천하는 발전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에게는 대학시절부터 나름대로 생각했던 교사의 모습이 있다. 염전에서 소금을 얻기 위해 땀을 흘리는 ‘소금 꾼’이다. 소금은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대학생 때의 소박하면서 위대한 꿈을 조금씩 이루는 과정에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소금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6학년 1반 이재원
대한민국 대표 할 미래 보치아 기대주

이재원(사진)군이 제4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개인전 3년 연속(제2·3·4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14 BC2), 단체전 2년 연속(제3·4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14 BC1·2) 금메달을 땄다. 보치아 종목은 지체장애를 가진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등급을 나눠 경쟁을 하며 개인·단체전에 금메달이 1개씩만 주어진다. 이군을 만나 새꿈학교의 자랑을 들어 봤다.

-보치아는 어떤 스포츠인가.

 "보치아는 패럴림픽 종목 중 하나로 선수들이 공을 경기장 안으로 굴리거나 발로 차 표적구에 가장 가까이 던진 공에 1점이 주어지는 스포츠다. 공을 던질 때는 코치의 도움을 받아 마우스 스틱이나 홈통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어떻게 연습했나.

 "평소 학교에서 체육 수업시간에 보치아 연습이나 시합을 한다. 특별활동 부서에 보치아 반이 있어 한 달에 한 번 특별활동 때 정확하게 투구하는 연습을 한다. 시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도 함께 배운다. 방과 후에는 혼자서 연습을 하거나 자원봉사자와 시합을 하기도 한다. 대회 기간이 정해지면 매일 시간을 정해 감독, 코치 선생님께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새꿈학교만의 자랑은.

"우리 학교는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장애가 있는 나에게 맞는 공부방법과 특기를 키워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학교에서 ‘어깨동무 형제우 프로그램(장애학생 형제우를 위한 특색프로그램)’을 통해 형과의 공감대를 갖고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서 너무 좋다. 방학 중에는 캠프활동이 있어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고,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짝꿍형과 고민도 나누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선생님과 한 달에 두 번 나가는 현장학습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휠체어 때문에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어려운데 선생님과 자원봉사선생님들과 함께 다양한 곳을 갈 수 있어 너무 신난다. 또 학교 도서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 많아 배울 것도 많고 강당에서 언제든지 보치아 연습을 할 수 있어 학교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곳이다. 엄마랑 함께한 ‘가족사랑의 밤’행사에서는 태권도 시범 등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나.

"열심히 공부해 어른되면 많은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특기를 살려서 보치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장애가 있어 조금 불편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해 당당히 국가대표로 나서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 장애가 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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