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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바로잡습니다] 지방선거 물밑 민심 감 못 잡아 … 단체장 판세 예측 실패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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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도 여의도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여·야와 여·여 내부의 충돌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8·8 개각 이후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등 살아온 전력은 ‘공정한 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습니다. 여야 의원 수십 명이 정치후원금으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입법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지도층에 바라는 ‘높은 도덕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된 한 해였습니다. 이렇게 ‘공정’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2010년, 중앙일보가 국민의 입장에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정확히 가리는 보도를 했는지 돌이켜 반성하면서 ‘올해의 바로잡습니다’를 정리합니다.

정치·외교

“리비아, 공짜 토목공사 요구”

청와대·정부 “그런 일 없었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변화는 ‘여론조사의 무덤’이랄 만큼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격변이었습니다. 본지도 선거 6일 전인 5월 27일자 8면에서 자체 여론조사팀의 전국 여론조사를 토대로 광역단체장 판세를 ‘9(한나라) : 3(민주) : 2(경합) : 1(선진) : 1(무소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습니다. 실제 2일 개표 결과 여당 우세로 점친 인천·강원·충북 단체장과, 경합으로 분류했던 충남은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기 때문입니다. 16%포인트나 앞선다고 보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당 한명숙 후보와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새벽 5시가 넘어서야 0.7%포인트 차이로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본지는 앞으로 목소리 낮은 숨은 민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 기법을 향상하고, 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본지는 또 8월 4일자에서 당시 우리와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던 리비아 정부가 ‘스파이 사건’ 해결의 대가로 10억 달러 상당의 공짜 토목공사를 요구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 관계자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였지만, 그 뒤 청와대와 정부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리비아 정부가 그와 같은 요구를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양국 협상과정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일절 없었다”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기사가 됐습니다. 외교문제를 다루는 기사의 경우 이중삼중의 치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경제

스마트폰 출하 185만 대 전망

12월 되니 “700만 대 넘을 듯”

1월 13일자 E2면 ‘옴니아2, 아이폰 따라잡았다’ 기사에서 시장조사업체 보고서를 인용해 국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의 네 배에 가까운 185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12월 6일 E8면에는 ‘스마트폰 판매 올 700만대 넘어설 듯’이란 기사를 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예측이 정확하지 못했습니다. 1월 9일자 13면 ‘금통위에 간 재정차관’ 기사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1월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허 차관은 그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장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보도였습니다.

 8월 24일자 E6면 ‘이팔성 vs 김승유 우리금융 결투’, 10월 12일자 E7면 ‘감정싸움 번진 우리금융 갈등’ 기사는 모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둘러싸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간 물밑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추진할 걸로 내다보고 쓴 기사인데 예상이 빗나가 결과적으로 틀렸습니다. 8월 24일자 E11면의 ‘중소형주 먹구름 걷히나’, 9월 13일자 E12면의 ‘햇살 가득 중소형주’, 11월 8일자 E10면 ‘중소형주 담아라’ 등에선 중소형주의 가능성을 조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쓴 기사였지만 결과적으로 중소형주는 올해 내내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투자정보를 더욱 엄선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

“안양 초등생 살해범” 오보

3월 11일자 5면 ‘김길태, 사이코패스 특징 상당 부분 갖고 있어’ 기사에서 과거 사례를 전하면서 정남규를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범’이라고 보도했는데 사실은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이었습니다. 10월 18일자 1면 ‘검찰, 태광 비자금 ‘키맨’ 소환’ 기사에서 부산 가야동에 위치한 태광산업 소유의 골프연습센터장을 맡은 김모(63)씨를 이모(63)씨로 잘못 적었습니다. 3, 4면의 "비자금 키맨은 이 회장 외가 친척…검찰 ‘수사 빈칸 메울 핵심 루트 찾았다’” 기사에서도 같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8월 11일자 20면 ‘수류탄에도 끄떡없다더니…CNG(압축천연가스) 버스 전문가 없이 날림점검’ 제목의 기사에서 “교통안전공단이 버스운전사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했다”고 보도했는데 교육을 한 주체는 사실 서울시 교통연수원이었습니다. 3월 31일자 5면 ‘순직 한주호 준위 사고 소식에 출동 자원’ 기사에선 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 상기(25)씨를 ‘육군중위(학사장교)’라고 전했는데 학사장교가 아니고 학군장교였습니다.

국제

반 고흐 그림 도난 보도하면서

650억원 → 6500억원으로 잘못 써

본지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맞아 11월 10일 ‘G20 정상 5인에게 듣는다’란 기사를 선보였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러시아·독일·영국·EU 정상 5명이 본지의 인터뷰 제의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습니다. 1면에 나온 정상 소개 제목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직책을 총리라고 잘못 소개한 것입니다. 한 나라 정상의 직책을 잘못 쓴 것은 큰 결례입니다.

  3월 5일자 16면 이라크 총선 관련 기사에선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 누리 알말리키 총리 등 이라크 정치 지도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뒤바뀌어 나갔습니다.

  국제 기사에선 달러·유로 등 외국 화폐를 기사에 쓸 때 원화로 환산된 내용을 같이 보도합니다. 8월 23일자 14면 ‘카이로 박물관서 고흐 그림 도난’ 기사에서도 그랬습니다. 없어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5500만 달러 가까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런데 원화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650억원을 6500억원으로 잘못 적었습니다.

올 한 해 보도 반성합니다

중앙일보는 올 한 해도 정확한 보도로 언론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실수와 잘못이 여럿 발생했습니다. 2010년 한 해 동안 본지가 ‘바로잡습니다’ 코너에 게재한 내용 가운데 중요한 것을 모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반성문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정확한 신문으로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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