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 박창일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한 사람이 인체조직을 기증하면 150여 명이 새 삶을 살 수 있다.” 지난 10월 취임한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하 지원본부) 박창일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사진)이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우리 몸은 주검이 돼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주검에 남아 있는 많은 조직은 화상·암·심장병·사고 등으로 신체가 훼손된 환자들에겐 생명수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이어 28일 분당차병원에 두 번째 조직은행의 문을 연다.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박창일 이사장을 만났다. 박 이사장 부부는 이미 기증서약서에 서명했다.

-인체조직은 어느 부위를 말하나.

 “인체조직은 누구든 사후에 기증할 수 있다. 뼈·인대·연골·피부·심장판막·혈관 등 법적으로 인정받은 9가지다. 한 사체에서 150여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지원본부의 역할은.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와 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다. 2008년 10월 설립했다. 조직은행을 통해 수집된 조직을 전국의 환자에게 공급한다. 일부 병원에서도 조직은행을 운영하지만 기증자가 적어 전문화하지 못했다. 영리(이익)를 추구하는 민간기업도 몇 곳 있다. 지원본부는 영리를 배제하고, 공적 시스템에 의해 인체조직을 공급한다.”

 -지난 2년간 성과는.

 “전국 각 병원의 의사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인체조직 기증은 의사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지원본부 산하에 두 개의 조직은행도 구축했다. 한 곳은 가톨릭 서울성모병원이고, 내년 1월께 분당차병원에 두 번째 조직은행이 가동된다.”

 -국내 인체조직 기증 현황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연간 사망자 수는 약 25만 명이다. 하지만 인체조직을 기증한 사람은 200명이 채 안 돼 0.06%에 불과하다. 인구 100만 명당 기증자 수가 3.3명에 그친다. 스페인(58.5명), 미국(133명)과 비교된다. 아직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국민 인식이 낮은 탓이다. 선진국은 인체조직 자급자족은 물론 수출까지 한다.”

 -인체조직 기증 부족 문제는.

 “전신 80%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이식할 피부를 구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결국 돼지 피부로 대신하는데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아니면 미국, 독일 등에서 수입한 조직에 의존한다.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가격도 10배 이상 높다. 팔과 다리의 뼈에 암이 생겼을 때 잘라내고 수입한 뼈를 이식하면 조직 가격만 1000만 원씩 한다.”

 -인체조직 기증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는 사망자의 화장 비율이 68%에 이른다. 태워져 한 줌의 재가 될 것인지,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려 숭고한 죽음을 맞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원본부 운영 계획은.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통해 내년 한 해 약 150구의 인체조직을 기증받을 계획이다. 그럼 약 2만2000명의 환자가 혜택을 본다. 인체조직은행도 전국 주요 도시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인체조직이 필요한 병원이 지원본부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조직의 유무를 확인하고 요청하도록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황운하 기자

인체조직 기증 상담 1544-0606(24시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