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에 당 운명 달려 부적절한 측근 기용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연말연초 개각을 앞두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 측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 최고위원들이 20일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청와대가 인사를 하기 전에 당과 먼저 상의해야 한다. 부적절한 인사를 기용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안 대표가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 등은 비공개 회의에서 “지금 인사를 잘못하면 큰일 난다”며 “문책성으로 물러난 사람을 다시 쓰거나 돌려막기 식으로 하는 ‘회전문 인사’는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여권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안 대표가 청와대에 ‘부적절한 측근이나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인물을 중용해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여권이 중도실용 노선을 추구해 여론의 지지를 얻었는데 8·8 개각 실패로 (지지율을) 다 까먹었다”며 “예산안 강행 처리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곧 있을 개각 내용이 비판받을 경우 여권은 큰 곤경에 처할 뿐 아니라 2012년 총선·대선도 망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개각을 앞두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거나 여론의 비난을 살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해선 안 된다’고 청와대에 요청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당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이른바 ‘강부자(강남 땅 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고, 올 8·8 개각 땐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부분 개각 연내 할 수도=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지경부 장관, 공석인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인선은 가급적 연내에 발표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신설되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수석급)에 안광찬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을 포함한 2~3명이 후보군에 올랐다고 전했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