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적 플레이 즐기는 손흥민 아시안컵 데려가도 될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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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21일 제주 서귀포에서 축구 대표팀과 훈련하고 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줬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 데려가도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귀포=연합뉴스]

이상형을 만난 것 같다. 축구대표팀 조광래 (사진) 감독이 독일에서 날아온 18세 소년 손흥민(함부르크)에게 홀딱 반했다.

 조 감독은 대표팀의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이 끝난 22일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 데려가도 될 것 같다”며 손흥민의 아시안컵 대표팀 발탁을 기정사실화했다. 나아가 조 감독은 “박지성(맨유)·이청용(볼턴) 등 유럽파의 질 높은 패스를 받는다면 날카로운 장면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1992년 7월 8일생인 손흥민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이 몰려들자 잔뜩 긴장해 손을 벌벌 떨 정도로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했다. 그가 조 감독과 함께 훈련한 것도 세 차례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 최고의 선수들만 모여 있는 대표팀 훈련에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저돌적인 유럽형 공격수=조 감독은 지난달 20일 박태하 수석코치와 함께 독일 하노버를 찾았다.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뛰는 손흥민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조 감독 앞에서 보란 듯이 2골을 터뜨렸다. 한 골은 날카로운 쇄도로, 다른 한 골은 측면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 망을 흔들었다. 조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뛸 수 있는 선수다. 어린 나이에 빠른 템포의 분데스리가에서 90분을 소화하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박주영(AS 모나코)처럼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손흥민을 평가했다. 그리고 조 감독은 손흥민을 아시안컵 예비 엔트리 47명에 포함시켰다. 눈앞에서 좀 더 면밀히 지켜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분데스리가 겨울 휴식기를 맞아 20일 저녁 서귀포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손흥민은 21일과 22일 훈련에 참가했다. 21일에는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소화했고 22일에는 자체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긴 비행시간과 시차, 그리고 첫 대표팀 훈련이라는 어색함 탓에 손흥민은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연습경기 후에는 “한국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한 것만으로 영광입니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21일 “한국의 스트라이커들이 볼을 빼앗기지 않는 안전한 플레이에 만족하는 데 비해 손흥민은 골문 앞에서 과감하고 저돌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유럽형 공격수다. 골을 넣겠다는 생각을 갖고 움직인다”고 손흥민을 칭찬했다. 연습경기 후에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수퍼 재능=동북고에 재학 중이던 손흥민은 2008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함부르크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축구인 출신 아버지 손웅정씨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 교육을 받은 손흥민은 재능과 성실함으로 순식간에 구단 관계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5월 함부르크 지휘봉을 잡은 아르민 페 감독은 프리시즌부터 손흥민을 1군으로 불렀고 손흥민은 9골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했다. 지난 7월 함부르크와 정식 프로계약(2년)을 맺은 손흥민은 10월 31일 FC 쾰른과의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그림 같은 데뷔골을 터뜨렸다. 18세3개월22일. 함부르크 역사상 최연소 골이었다. 그러자 함부르크 구단이 바빠졌다. 손흥민을 눈여겨보는 구단이 늘었기 때문이다. 함부르크는 11월 손흥민에게 계약 연장을 요청했고 양측은 계약 기간을 2014년 6월까지로 늘렸다.

 아르민 페 감독이 “내가 본 유망주 중 최고”라고 극찬할 정도로 분데스리가 전체가 손흥민을 주목하고 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23일 발표한 올 시즌 전반기 최고의 신인에 뽑혔다. 함부르크 지역지 ‘아벤트블라트’가 진행 중인 함부르크 전반기 최우수선수 후보에도 올라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흥민은 23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최고 10대 유망주 23인에 네이마르(브라질)·잭 윌셔(잉글랜드) 등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서귀포=김종력 기자

손흥민은 …

생년월일 : 1992년 7월 8일

신체조건 : 1m84cm·75kg

발 사이즈 : 260mm

출신 학교 : 동북고 1학년 중퇴

올 시즌 성적 : 7경기 3골

경력 : 17세 이하 대표팀

포지션 : 측면 미드필더 또는 스트라이커

별명 : 코알라(잠을 많이 자서)

좋아하는 음식 : 삼겹살·떡볶이

좋아하는 선수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취미 : 축구게임

요즘 즐겨 듣는 노래 : 아이유의 ‘좋은날’

축구 외 관심사 : 운전면허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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