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상들, 해외서 농지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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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저장(浙江)성 하이닝(海寧)시의 기업농 주장진(朱張金)은 2007년 3000만 달러(약 346억원)를 투자해 브라질에 20만 무(畝·1무는 666㎡)의 토지를 확보했다. 이는 132㎢ 로 여의도 면적의 15.8배에 이르는 규모다.

 주는 이 땅에 밀과 콩을 재배하고 3700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 여기서 재배한 쇠고기와 피혁을 중국으로 다시 들여와 가공제품의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그는 “농업에 유리한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브라질은 경작이 가능한 땅만 150만㎢ 를 넘는다”며 “카길 등 세계 4대 곡물 메이저가 브라질에서 앞다퉈 농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3년 안에 농지를 30만 무로 늘리고 5년 후에는 150만 무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를 주물러온 저장성 출신의 저상(浙商)들이 세계 각지에서 농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출 대상 지역은 브라질·호주·러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한국·미국·일본·우루과이·아제르바이잔 등을 망라하고 있다. 50만 명에 이르는 저상들이 지금까지 해외에서 확보한 토지만 300만 무(약 1998㎢)나 된다.

 22일 중국의 경제 권위지 21세기경제보도(報道)에 따르면 저상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현대판 ‘엔클로저(enclosur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어로는 ‘취안디(圈地)’라고 부른다.

 저장성 상무청·농업청에 따르면 6월 말까지 저상들은 지구촌 40여 개국과 지역에서 농업·임업·목축업 용도로 300만 무의 농지를 확보했다. 저장성 농업청 주즈취안(朱志泉) 부청장은 구체적 지명을 밝히지 않은 채 “한국·미국·일본·우루과이에 저장성의 농산품 기지가 있다”고 밝혔다. 90개 영농기업이 저장성의 공식 허가를 받아 해외 농지 확보에 투자한 금액만 1억7600만 달러에 이른다.

 저장성에서도 돈벌이 수완이 가장 좋다는 원저우(溫州) 사람들이 1990년대 초부터 해외의 농지 확보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라이터를 생산해 큰돈을 번 예캉쑹(葉康松)은 91년 미국 위스콘신에 진출해 버섯 재배와 담수어 양식을 시작했다. 저상 기업 화리(華立)집단은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100헥타르 규모의 토지를 사들여 전분이 함유된 작물인 카사바를 재배했다.

 저상 자본투자촉진회 차이화 사무국장은 “민영기업을 일궈 축적된 자본을 해외에 투자해 농지를 확보함으로써 저장성의 부족한 토지·원자재 등 생산 요소 공급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하다. 저장성 루이안(瑞安)시는 호주의 농지 매입을 돕기 위해 최근 민영기업인 대표단을 이끌고 일주일간 현지 시찰을 다녀오기도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엔클로저 운동=15세기 중엽 이후 유럽, 특히 영국에서 영주·대지주 등이 공동방목지·황무지 등을 돌담·벽·울타리 등으로 둘러막아 사유화한 일을 말한다. 이로 인해 많은 농민이 경작지를 잃고 도시로 흘러들어 하층 공장 노동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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