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충돌’ 동영상 공개되면서 중·일 갈등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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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의 전복사고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은 올 9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벌어진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 간 충돌사건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먼저 양쪽 모두 중국 어선이 상대국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했다는 점이다. 상대국의 순시선 혹은 해경경비함의 정선 명령을 따르지 않고 들이받았다는 점도 똑같다. 일본은 중국 어선이 일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충돌하자 중국인 선장(41)을 공무집행방해로 즉각 구속했다. 올해 센카쿠 열도 부근 해역은 풍어(豊漁)라 중국 어선들이 어느 해보다 많이 몰려왔다. 중국이 사고 직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국에 보상을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흡사하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센카쿠 충돌 때는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이란 보다 복잡한 배경이 있었다. 한 치라도 물러섰다간 영유권을 부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서로가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번 서해 사고와 달리 중국 어선이 단속된 해역은 일본의 EEZ 안이었다. 일본이 선장 구속이라는 강경책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이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 주중 일본 대사 다섯 차례 초치 ▶중국 내 일본 기업인 구속이라는 초강경 카드로 맞섰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결국 두 달가량의 심각한 외교갈등으로 이어졌다.

 센카쿠 사태 당시 일 정부는 양국의 비방전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충돌 장면의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개됐다. 한편 현재 한국 외교부와 해경은 “중국 정부에는 이미 동영상을 보여줬지만 국내에선 끝까지 일반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내에선 사건 이후 한 달가량이 지난 뒤 해상보안청 소속 43세 주임항해사가 ‘센카쿠 충돌사건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당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일반에 공개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 내에선 “중국의 명백한 위법행위에 정부가 너무 약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일 정부는 동영상을 폭로한 항해사를 사법 처리하지 않고 정직처분하는 데 그쳤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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