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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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덩치가 커지고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이젠 직원들에게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이랜드그룹 박성수(57·사진) 회장이 내년부터 매년 그룹 순이익의 10%를 떼어내 정년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주는 ‘은퇴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직원 보수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룹 지분의 80%를 보유한 박 회장은 “직원들이 은퇴 이후 준비를 착실히 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그룹은 은퇴기금으로 2012년 정년 퇴직자부터 퇴직금과는 별도로 목돈을 지급한다. 스톡옵션 등 주식이 아닌 은퇴 기금 조성은 이랜드가 국내 최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신입사원의 기본급을 25%, 주임 이상급 직원의 기본급을 평균 15% 인상하고, 성과급을 대폭 늘려 지금보다 최고 50%까지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한 ‘신보상제도’도 확정했다.

 35세 과장급 직원이 55세 정년까지 채우고 퇴직하면 은퇴기금에서 받아가는 돈은 약 7억~10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라고 이랜드 측은 밝혔다. 매년 순이익과 매출이 연평균 17% 성장한다는 가정(이랜드 지난 30년 성장 평균치)하에 계산해 본 결과다.

 박 회장은 지난 17일 그룹 직원 3000여 명이 참석한 크리스마스 파티 ‘선 페스티벌’에서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랜드가 그동안 매년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직원들에게도 이익의 일부를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은퇴기금을 도입하고, 직원 보수를 파격적으로 올린 데는 그룹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자리를 잡았다는 판단이 컸다.

이랜드 그룹은 올해 매출 7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약 5000억원, 순이익 약 30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최대의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중국에서도 매출 1조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랜드는 그동안 업계에서 ‘패션·유통 사관학교’라는 별칭을 들어왔다. “패션 업계에선 드물게 공채를 통해 선발하는데, 키워 놓으면 경쟁업체들이 빼가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는 것이 이랜드 관계자의 귀띔이다. 6개월~1년간의 엄격한 현장교육을 거쳐 당장 현업에서 일할 수 있게 키우기 때문에 신세계 이마트·롯데쇼핑 등 유통업체는 물론 제일모직·LG패션·금강제화 등 다양한 대기업 계열·중견 패션업체에 이랜드 출신이 포진해 있다.

 성가를 올리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법인장과 영업본부장 등 핵심 인력을 모조리 국내 경쟁업체에 뺏긴 끝에 재판까지 벌이게 된 것도 박 회장이 이번 결심을 하게 된 한 이유다.

 박 회장은 “업계 최고 수준 대우를 계기로, 최고 수준 인재들이 이랜드 그룹이 글로벌 패션업체로 도약하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곤란을 겪지 않게 내년부터 직원들에게 돈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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