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200명 ‘행동하는 보수’ 깃발 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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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학생 반공의 상’ 앞에 선 글로벌 리더연합 회원들. 왼쪽부터 이유경(24)·주은미(20)·이재우(24)·이성준(23)씨. 이들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계기로 대학생들이 안보와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 제공]

대학생 이재우(24)씨는 지난해 2월 군대를 제대했다. “전방에서 근무했지만 군 복무기간 중엔 북한을 특별히 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했다. 자원봉사가 좋아 ‘한국자유총연맹 대학생 글로벌 봉사단’에 들어갔다. 필리핀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줬고 탈북자들을 찾아가 말벗이 됐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을 겪으며 분단 국가에선 봉사활동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주은미(20·여)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여름 다문화가정상담사 자격증을 딴 뒤 봉사단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두 사람의 고민을 확신으로 바꿨다. “국가에 위기에 찾아왔을 때 대학생들도 자기 몫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최근 안보 위기를 계기로 보수 대학생 1200여 명이 전국 조직인 ‘글로벌 리더연합’을 결성했다. 봉사활동과 더불어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게 목표다.

  이들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같은 위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나라를 위해 나서는 젊은 애국자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경(24) 경기도지역 회장은 “G20 정상회의의 성과와 2022년 월드컵 단독 개최를 위한 노력이 북한의 도발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열린 보수’를 지향한다. 나라를 위해 일할 때는 진보건 보수건 뜻이 맞으면 함께한다는 것이다. 새내기 회원인 이성준(23)씨는 “천안함 폭침 때처럼 국민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국의 보수층이 그동안 모범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성준씨는 “미국의 보수층은 군대를 다녀오는 걸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입학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층은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해 대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보수를 표방한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북한의 공격 이후 군에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이 오히려 늘었다는 데 고무됐다.

 글로벌 리더연합은 대학생들을 상대로 안보 세미나와 ‘우리 겨레 바로 알기 대장정’ 등을 개최해 국가와 자유의 소중함을 알릴 계획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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