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화가 창의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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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저질(?)이다

만화=저질 이라는 등식은 우리사회의 오랜 관행이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하면 누구나 만화에 몰매를 가한다. 하지만 만화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상상력의 세계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만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만화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친다. 따라서 이제 만화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더 이상 만화를 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아두거나 변방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만화는 독버섯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다. 기성세대가 TV를 시청하듯이 아이들은 만화를 본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만화는 생활이며 문화이다.

멀티미디어의 세계는 만화광이 주인이다.

21세기는 멀티미디어의 세계이다. 첨단 정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운용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세계의 주인공은 만화광들이다. 이들은 만화와 컴퓨터, 그리고 비디오와 함께 성장한 세대이다. 따라서 만화=만화영화=캐릭터 산업= 전자게임산업을 아우르는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는 문화산업 시대를 준비하기위해 이들 미디어족을 상징하는 '만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21세기의 운명을 결정한다.

만화를 바로 보자

아이들에게 만화를 막을 수는 없다. 만화를 읽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좋은 만화를 골라주고 좋은 만화를 고르는 안목을 길러주는 방법밖에 없다. 나쁜 만화는 아이들에게 독이 되지만 좋은 만화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만화세대의 선배인 심현우가 안내하는 좋은 만화 고르기는 만화 길라잡이이다.

일본 만화와 미국 만화영화의 실체를 해부한다.

문화 개방과 아울러 우리나라의 만화 시장은 일본의 만화와 만화영화 그리고 디즈니를 대표로하는 미국의 만화영화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일본만화의 실체를 분석하고 패권주의적인 미국만화의 폐해를 해부한 이 책의 내용은 우리 만화의 나아갈 길과 경쟁력의 실체를 제시한다.

우리 만화 살리기를 위한 제언

우리 만화 살리기는 21세기 문화산업의 토양이다. 저질로 매도되는 만화의 문제점은 물론 만화의 가능성을 명쾌하게 분석하고 우리 만화의 나아갈 길을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제시한다.
특히 만화전문점, 만화 테마공원, 만화 컨설턴트, 캐릭터 산업화 등은 만화의 주소비자 계층인 만화 세대의 감각으로 제시하는 새로운 대안이다.

만화세대가 말하는 '만화'

이 책의 필자 심현우는 1979년생으로 만화와 비디오 그리고 컴퓨터 세대이다.
밥먹듯이 만화책을 보고 '하루라도 만화책을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만화광이다. 고2때도 자율학습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까지 만화책을 탐독했다. 이른바 '만화책 그만보고 공부 좀 해'라고 소리치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불량학생이거나 열등생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주의의 우려를 씻고 서울대에 당당히 합격한 모범생이다. 따라서 이 책은 X세대 만화광이 펼치는 만화문화론이다.

서울대 출신 만화평론가의 등장

우리 만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평론가의 부재(不在)이다.
만화 창작의 일선에 있는 만화가는 이른바 '만화공장'의 문하생 출신에서 벗어나 그림작가와 스토리작가로 전문화되어가는 한편 학력수준도 높아가는 추세이지만 만화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만화 평론가는 이제 겨우 출현단계이다. 따라서 이른바 만화의 소비자에서 평론가로 등장하는 이 책의 필자 심현우의 등장은 우리 만화의 앞날에 기대를 갖게하는 작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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