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일맘] 10년 만에 캐셔 출신 첫 부점장 눈앞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최초의 캐셔 출신 점장이 되고 싶습니다.” 2001년 6월, 홈플러스 캐셔 최미옥(45)씨가 정규직 승격 면접장에서 이렇게 얘기했을 때 면접관들은 웃었다. 그리고 8년 반이 지난 지금, 최씨는 꿈에 또 한 발짝 다가섰다. 내년 1월 캐셔 출신으론 최초로 부점장 양성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최씨가 캐셔로 입사한 건 2000년 7월. 작은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다 집 근처에 안산점이 문을 연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했다. “주부들이 도전할 수 있는 전문직이 많진 않잖아요. 유통업체 일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최씨는 채 1년이 되지 않아 정규직으로 뽑혔다. 그는 “정말 재미있게 일하는 걸 회사에서 알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 만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 다양한 분들이 오시잖아요. 단골고객들 만나면 반갑고, 아이들 커 가는 것도 볼 수 있고. 매일 술을 사 가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며칠 안 보이면 그렇게 궁금하고요.”

 손님들과 친구처럼 인사를 나누고 “술 좀 그만 드시라”며 잔소리까지 했다. 그런 적극성을 인정받아 고객서비스센터 근무와 캐셔 관리 업무 등으로 일의 범위가 넓어져 갔다.

 지금은 고객 서비스를 책임지는 CS섹션장을 맡고 있다. 캐셔들을 총괄하는 자리인데 캐셔 출신인 그를 믿어 주는 새일맘들이 많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엔 손으로 카드를 쓰고, 생일에 작은 선물을 건네는 마음 씀씀이도 한몫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홈플러스가 매년 서너 명의 임직원에게 주는 ‘밸류 어워드’라는 상까지 최근에 받았다.

 그는 “30대 중반에 입사해 ‘이제 이 일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했던 게 이 자리에 온 비결”이라며 “일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도전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