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生知, 學知, 困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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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知)’는 어떤 대상을 알아가는 행위다. 과거 동양에서는 사람이 대상을 알아가는 능력이나 방법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먼저 선천적인 알음과 깨달음이다. ‘생이지지(生而知之)’가 그 예에 해당하는데, 성인(聖人)이나 천재(天才)가 보이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지니고 나오는 지각(知覺) 능력’이다. 간추려서는 생지(生知)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있기나 할까. 있다고 하더라도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 다음이 ‘학이지지(學而知之)’다. 축약(縮約)한 단어는 학지(學知)다. 배움의 과정을 거쳐 지식을 얻는 사람이다. 일반인(一般人)이 지식을 얻어가는 과정이 이에 속할 것이다. 다음은 ‘곤이지지(困而知之)’다. 배우려는 마음을 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그 일에 닥쳐서야 지식 또는 깨달음을 얻는 경우다. 줄여서 부를 때는 곤지(困知)라고 한다.

 처음에 이를 꺼낸 이는 공자(孔子)다. “나는 태어나면서 지식을 얻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놓은 겸사(謙辭) 끝에 이렇게 언급했다. 공자는 최상위의 지식인을 생지, 그 다음을 학지, 가장 아래를 곤지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지식을 얻는 능력에 차등(次等)을 매긴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을 알고 깨닫는 과정은 위의 세 단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혼란스러웠던 해방 정국을 거치면서 태어난 대한민국은 출범 2년 뒤 김일성 군대의 남침(南侵)으로 북한 노동당에 대해 태생적(胎生的)으로 지녔던 지식을 굳게 다질 수 있었다. 그 다음 단계로 우리는 꾸준한 학습 과정을 거쳐 북한 김일성 정권이 지닌 왕조(王朝)의 폐쇄성과 잔혹한 전제주의(專制主義)의 속성을 익혔다.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까지 이어지는 3대 세습(世襲),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전근대적 독재와 침략적인 속성을 다시 깨닫게 된 것은 그 일을 직접 당해본 요즘이다. 그 경우에 닥쳐 깨달음을 얻는 곤지의 단계였던 셈이다.

 생지나 학지, 곤지의 차등적인 자리매김은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그 지식 자체가 중요하다. 우리가 어떤 단계를 거쳤든, 북한의 실체를 뚜렷이 파악하는 게 소중하다. 한동안 흔들렸던 북한 노동당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면서, 지금은 우리의 안보역량을 튼튼히 다져야 할 때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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