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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든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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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경영
가톨릭대 안보학 교수

북한은 연례적인 호국훈련 사격이 포격을 유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대담한 포병화력 운용을 과시함으로써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도발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재적 접근은 희대의 3대 세습을 위해 대한민국이 볼모로 잡혀 계속 희생당해야 한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평도 화력공격은 치밀하게 준비된 침략행위로서 일련의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행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북한은 수도권 점령 후 협상을 통한 전쟁종결을 전략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7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국가의 통제기능을 마비시켰다. 천안함을 폭침시켜 비대칭 능력을 검증했고, 집중화력으로 수도권 인근의 연평도를 기습해 공황을 유발했다. 이는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은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는 판문점·인천국제공항·용산기지·오산공군기지 공격, 개성공단의 한국인 집단 피랍, 서해 5도·대성동 점령, 대규모 사이버 테러, 특수전 부대의 수도권 침투, 지하철에 독가스 살포, 장사정 포병에 의한 생화학탄 공격 등을 개별적으로 또는 동시 다발적으로 감행해 서울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할 것이다. 승산이 있다면 기계화 부대로 비무장지대(DMZ)를 돌파해 고속 기동전으로 서울을 포위하고, 동·서해로 상륙한 부대들과 영동고속도로에서 연결작전을 통해 수도권 일대를 장악하려 할 것이다. 미군 전력이 전개되기 전에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발 시나리오에 따른 대한민국의 안보국방 태세를 어떻게 확립해 나갈 것인가. 향후 북한군의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자위권을 발동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존립 자체가 국내외적으로 도전받을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중심을 무력화해야 한다. 국가안보회의를 복원해 위기관리·정책조정·전략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안보· 외교·대북 전문가를 충원시켜 대처해야 한다. 비상기획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전환해 비상시 민간인 통제 대책·전시 동원 등의 업무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중·러의 대북지원을 차단하는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군의 작전태세·정신무장이 확립되고, 국민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북방한계선(NLL)은 수도권 방어의 전략적 요충임을 직시해 서해 5도 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북한 도발 시 선조치 후보고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감시체계와 정보판단 능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포병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화력전 수행 능력을 증강하는 등의 다차원적인 조치도 요구된다.

 우리는 지금 북한에 비해 국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음에도 안보태세에 허점이 있다. 그 화려한 우위도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뼈 아프게 겪고 있다. 피 흘려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이 땅을 더 이상 한 치도 악독한 북한 공산주의 집단에 유린당할 순 없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북한의 도발 유혹을 차단할 수 있다.

정경영 가톨릭대 안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