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북한과의 ‘냉전동맹’ 끊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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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대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지역을 격랑의 파고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순식간에 긴장과 대립의 준전시 지역으로 변해 버렸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은 사상 유례 없이 강행되었고, 이 훈련은 북한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신경을 자극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지역에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립 상황은 이제 그들의 군사적 후견국가이자 동맹국인 미-중 간의 갈등 상황으로까지 그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묻지 않아도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평화상태를 깬 불량행동의 일차적 행위 주체는 김정일 위원장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런 불량한 깡패 행위를 무조건 감싸주고 보호만 하는 중국 또한 불량국가 북한의 후견국이란 점에서 그 책임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도대체 왜 중국은 북한의 불량행위를 감싸기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중국을 국제사회가 책임 있는 지도국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자신의 한반도 정책의 우선 순위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유지에 두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그 어떠한 일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은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고 수차례에 걸쳐 중단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 세계와 동북아 평화상태를 흔들어 왔어도 단 한 번도 주변국으로서 특별한 대응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고 북한의 나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제재조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중국은 자신들이 국제사회에 책임을 지는 대국외교(負債任的大國)를 주장하고 있고 평화부상론(平和崛起論)과 평화발전론(平和發展論)을 제기하면서 평화 주도적인 국가라는 외교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중국이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대외정책을 표방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이런 대외 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북한에 관한 한 무용지물의 정책으로 변해 버린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북한을 방관함으로써 평화훼방꾼의 방관자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대외정책과는 상관없이 국제사회의 법과 질서를 따르고 존중하는 국제지도국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국제사회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해치는 불량국가의 보호국가로 전락한다. 이러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앉아 있다는 것에 이제 많은 국가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 의문은 바로 북한 때문에 생기고 있다. 이제 중국은 북한에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북한과 과거의 동맹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동맹이라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조-중동맹이 냉전동맹이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때마침 오늘 15일에서 17일까지 미국의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 여기에서 북한의 저농축 우라늄 원심분리기 1000개를 비롯한 북한의 핵 시설과 연평도 무력도발 행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기존과 똑 같은 대북정책과 태도를 견지한다면 동북아 지역 및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북한을 얻기 위한 중국의 소탐(小貪)적 태도는 중국 국가이익에 대실(大失)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러시아 푸틴 총리가 북한의 핵 개발에 전례 없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이 시점을 중국은 주목해야 한다. 왜 푸틴 총리가 북한의 핵 개발을 강도 높게 비판했겠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북한의 우라늄 핵폭탄이 개발돼 러시아 체첸 지역으로 들어갈 것에 따른 깊은 우려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폭탄이 왜 신장위구르나 티베트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은가. 이제 북한의 불량행위를 감싸고 도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북한과 더불어 중국이 함께 고립되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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