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잇단 '하락세 전염'

중앙일보

입력

세계 증시가 심상찮다.
미국 뉴욕 증시가 15일(현지시간) 폭락한 데 이어 유럽 각국 증시도 동반 급락세로 돌아섰다.

때마침 주말이어서 증시가 열리지 않았던 일본과 우리나라 등 아시아 각국 증시도 미국과 유럽의 주가 폭락이 18일 증시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증시의 경우 19일 발표 예정인 9월 중 소비자물가지수가 고비가 될 전망이지만, 월가 분석가들 중에는 일단 이번주에도 지난주에 이어 약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 폭락의 원인 중 하나였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발언 효과가 이미 증시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에 따라 주초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미국 주가 폭락〓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5일 한때 마지노선인 10, 000포인트가 붕괴되는 등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다가 전날보다 266.90포인트 떨어진 상태에서 10019.71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 한주 동안만 630포인트가 하락했으며, 지난 8월 수립했던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11.5%나 떨어진 수치다.

이같은 주가폭락은 ▶그동안의 활황장세가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커진 데다▶꾸준히 제기되는 금리인상론▶주가하락 가능성을 거듭 경고한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등에 따른 것.

전문가들은 특히 "주가폭락은 이따금씩 불가피하게 온다" 는 그린스펀의 지난 14일 발언 영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도 16일 "그린스펀의 발언이 투자가들이 증시전망을 불확실하게 보게 되는 기폭제가 됐다" 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물가지수나 금리인상보다 더 무서운 게 그린스펀의 비관적 시장전망" 이라고 17일 보도했다.

◇ 세계증시 동반하락〓15일 뉴욕증시의 폭락에 영향받아 유럽 증시도 급락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의 FTSE지수는 15일 132.1포인트(2.18%) 빠진 5, 907.3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는 36.06포인트(0.69%) 떨어진 5, 184.23을 각각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의 CAC40지수도 1.29%가 빠지면서 4, 524.42로 떨어졌다.
특히 런던 증시에서는 뉴욕증시의 동향에 민감한 은행과 장거리통신업체들의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주말이어서 장이 열리지 않았던 아시아 지역의 18일 증시 동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주요 증권사의 분석가들은 일요일인 17일에도 출근해 미 증시 폭락의 파장을 분석했다.

◇ 국내 증시도 비상〓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이 우려된다.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서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증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외국인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 주식시장에서도 주식을 팔고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 상반기에는 외국인들이 내다파는 물량을 투자신탁회사들이 받아줬지만 대우사태 이후 투신사의 자금상황이 나빠지면서 미국 증시의 영향은 더욱 커진 상태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달 27일 무려 2천3백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 하락세를 주도한 적이 있다.

김경신(金鏡信)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현재와 같이 시장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미국 주가의 하락세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 이라며 "주가지수 800선마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金이사는 "미국 주가가 떨어진 다음날에는 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의 '팔자' 를 예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오전 장이 특히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증시의 영향이 의외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군호(金軍鎬)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 하락이 악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충격흡수가 가능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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