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미래가 없다'…나카르미 아시아위크 서울 지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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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조업은 더이상 발전하기 어려워 향후 3-4년내에 실업자가 다시 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외국 언론인에 의해 제기됐다.

지난 79년부터 한국에서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취재활동을 해온 락스미 나카르미 아시아위크 서울지국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자유기업센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연사로 참석, 이같이 전망했다.

뉴질랜드인인 나카르미 지국장은 "반도체, 철강, 유화, 자동차, 섬유, 조선 등한국의 주력 6대 제조업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보인다"면서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구조조정 이후의 대안을 갖고 있지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수요감소에 따라 이들 6개 업종 기업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이에따라 신규투자를 못하게 되며 신규고용도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3-4년안에 현재 130만명인 실업자가 다시 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대우자동차를 GM에 넘길 경우 대우자동차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및 연구개발비 감축으로 경영여건이 좋아지지만 GM이 이미 구축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없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다수의 실업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리 13%대의 금융비용과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야 할 현대자동차로서는GM과의 경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고용보다는 수익에 관심이 많은 외국기업의 특성 ▶한국내 정보통신과 벤처기업 분야의 독자기술 및 인프라 부족 ▶학창시절 반정부 투쟁에 나섰던 386세대의 생존경쟁력 부족 등도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1천㎞안에 3억명이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경제가 살아갈 길은 우수한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국민들의 서비스 교육을 강화해 관광산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등 서비스산업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근태 국민회의 부총재와 정운찬 서울대 교수 등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지지하거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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