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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가들이 본 서울 지역 외고·자율고 추가모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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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권 외고와 자율고 추가모집이 16, 17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추가모집 인원이 27명에 불과한 외고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1565명을 모집하는 자율고에 대해선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자율고의 추가모집 결과를 예상해 보고 교육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김지혁 기자

“아예 자율고 제도를 없애거나 노선을 수정해야 합니다. 학부모들이 한번 외면한 학교를 추가모집에서 다시 선택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중앙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자율고 대량 미달사태는 이미 예견됐다”며 “지난해는 첫해 효과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 해를 지나고 보니 중점학교 등 소위 ‘좋은 일반고’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학교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어 자율고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추가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생기면 세제 혜택 등 지원방안이 나오겠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수월성 교육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동국대 교육학과 박부권 교수는 “제도를 너무 성급하게 도입하고 확대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면 학교 측의 희망을 받아들여 별도의 후기 모집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자율고 입학생과 일반고 입학생이 한 학교에 공존하는 혼합형 학교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학사운영에 자율권을 준 학교인 만큼 정부 지원은 말도 안 된다”며 “고비용의 운영구조를 만들어 놓고 정부에 손을 벌린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교육 업체인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올해 서울권 자율고 지원자는 1만5000여 명으로 지난해(1만2000여 명)보다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고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여전히 일반고보다는 자율고나 특목고에 더 관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는 이번 미달사태의 대책으로 자율권 확대를 주장했다. “자율고 숫자는 26개 정도를 유지하되 학교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면접을 실시해야 합니다. 내신성적 상한선도 30%에서 50%까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최근 대학에서 과학중점학교 학생들을 선호한다”며 “자율고도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학생 선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고교체제선진화 담당 김진호 장학관은 “일부 학교의 밀집현상에다 남녀 학생 비율이 맞지 않아 이번 일이 벌어졌다”며 “그렇다고 선발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발방식과 미달 사태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어 “자율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최윤홍 사무관은 “자율권을 준 대신 기본적으로 학교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이번 모집이 끝난 뒤에 문제점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견임을 전제로 “자율고가 성적 좋은 학생만을 위한 학교는 아니다”며 “하위권 학생을 위한 자율고를 만들어 대안학교처럼 운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달사태의 원인이 자율고만의 커리큘럼 개발 부진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자율고 교장단협의회장 김용만(한대부고) 교장은 “학교별로 특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학교 내적인 문제보다는 지역적 한계 등 외부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모집을 준비하는 한 자율고 교장은 “주변에 학교 커리큘럼이 너무 어렵다는 소문이 난 것 같다”며 “중간층 학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연희(42·서울 여의도동)씨는 “내신 30% 정도의 학생이 자율고에 가면 바닥을 형성할 거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그래도 일반고보다는 학업 환경이 좋을 것 같아 자율고에 보내고 싶은데 내신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서울권 13개 자율고는 일반전형 1288명,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277명 등 총 1565명을 추가로 모집한다. 지난 정규모집에서 평균 0.22대1의 경쟁률을 보인 용문고가 355명으로 가장 많은 학생을 모집하고, 동양고(198명)·대광고(176명)가 뒤를 잇는다. 남녀 학생을 분할 모집한 이대부고와 현대고는 남학생만 각각 41명과 69명을 추가 모집한다. 배재고는 사회적배려대상자만을 대상으로 5명을 모집한다.

전문가들의 자율고 대책

● 중앙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

“자율고 제도의 잘못을 인정하고 근본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의 제대로 된 수월성 교육을 위해 자율권 확대해야 한다.”

● 동국대 교육학과 박부권 교수

“학교가 원한다면 자율고·일반고 학생이 혼재하는 형태도 허가해야 한다.”

“시험제도를 도입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

“외고 수준의 자기주도학습 전형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

“내신 상위 30%나 50%를 학교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

●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

“최근 대학들이 과학중점학교 학생들을 선호하고 있다. 자율고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자율고만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야 한다.”

● 서울시교육청 고교체제선진화 담당 김진호 장학관

“성적 위주 선발방식으로의 전환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 자율고 교장단협의회장 김용만(한대부고) 교장

“선발 방식을 바꾸고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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