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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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게 예절(禮節)이다. 남 앞에서 나를 낮추는 것은 그런 예의를 행할 때 아주 기본적인 행위다. 동양에서는 꿇어 앉아 머리를 숙이는 동작으로 남을 존중한다는 뜻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궤배(<8DEA>拜)’가 대표적이다. 두 무릎을 접어 앉는 게 궤(<8DEA>), 그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게 배(拜)다. 그러나 궤배는 일반적인 인사법의 총칭으로 쓰인다.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는 돈수(頓首)와 계수(稽首)가 있다. 전자는 꿇어 앉아 있다가 상대를 보고 잠시 머리를 땅에 대는 동작이다. ‘잠시’라는 뜻의 글자 돈(頓)이 들어가는 이유다. 계수는 돈수에 비해 머리를 땅에 대고 있는 시간이 더 길다. ‘머문다’는 뜻의 글자 계(稽)가 그래서 들어간다.

 숙배(肅拜)는 몸을 절반만 접는다는 점에서 또 다르다. 숙인 머리를 중간에 거두는 동작이다. 그래서 숙배는 앞의 돈수·계수에 비해 가벼운 예절에 속한다. 편지에 근숙(謹肅), 또는 숙계(肅啓)라고 적는 것은 글로써 그런 예절을 표시하는 경우다.

 서 있는 채로 남에게 예절을 표시하는 방법이 읍(揖)이다. 공수(拱手)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손을 마주 잡은 상태로 가슴에 대고 상대를 향하는 동작이다. 장읍(長揖)은 마주 잡은 두 손을 아래위로 흔들어 경의(敬意)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최상(最上)의 예절은 내 몸을 모두 땅에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다. 머리와 양팔, 두 무릎 모두를 땅에 대는 동작이다. 부처에게 모든 것을 바쳐 귀의(歸依)한다는 불가(佛家)의 전통 예법이다. 내 안에 쌓여 있는 모든 오욕(汚辱)을 버리고 청정(淸淨)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폭력으로 일관하는 여의도 국회에서 참회의 오체투지인 삼천배(三千拜)를 벌이는 국회의원이 보였다. 나라와 국민에게 짓고 있는 죄를 뉘우치려는 뜻으로 보여 가상하다. 겉으로만 민생을 외치는 여권, 명분 약한 장외투쟁에만 열중하는 야권 모두 참회의 배례(拜禮)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금배지=후안무치(厚顔無恥)’의 등식(等式)이 조금 풀어진다. 자고로 예절을 모르면 금수(禽獸)와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오욕을 벗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먼저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회의 절부터 올려야 한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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