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입고 투자자 만나 여친에 차인 뒤 창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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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20면

올 10월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첫 2주 동안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50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18일 개봉해 첫 주에만 25만 명이 관람하는 인기를 끌었다. 이달 초에는 전미비평가협회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데이비드 핀처는 최고의 감독, 주인공 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는 최고 남자배우, 각본가 아론 소킨은 최고 각색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핀처 감독은 '우연한 억만장자'라는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에서 주커버그는 여자친구에게 차이자 블로그에 여자친구의 가슴 사이즈를 올리고,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찌질이’로 그려진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속 주커버그의 진실과 거짓

이에 대해 마크 주커버그는 올 9월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해 “영화다. 그리고 재미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픽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내 인생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개봉 당일 직원들과 극장을 찾았다. 주커버그는 “영화에는 현존하지 않는 여성이 등장해 내게 퇴짜를 놓고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을 만든 것으로 그려진다”며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페이스북을 만들기 전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와 현실, 어떤 부분이 같고 어디가 다를까.

영화에서 주커버그는 잠옷 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뉴욕의 투자자를 만나러 간다. 사실과 다른 점은 뉴욕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였다는 점뿐이다. 스무 살이던 2004년 투자사인 ‘세쿼이아 캐피털’에 나타난 주커버그는 ‘우리 회사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유’라는 자료를 건넸다. 그중에는 ‘잠옷 차림으로 회의에 늦게 나타남’이라는 항목도 있었다. 주커버그는 투자업체인 ‘세쿼이아 캐피털’ 때문에 자신이 해고됐다고 생각하는 동료의 복수를 위해 이런 장난을 쳤다. 그는 “좋은 일을 하는 진지한 투자자들의 시간을 낭비했다”며 당시 일을 후회했다.

공동 창업자인 에두아르두 사브린을 쫓아낸 것도 과장은 됐지만 사실에 가깝다. 영화에서 사브린의 지분은 34.4%에서 0.03%로 줄어든다. 그는 페이스북 초창기에 자금 조달 및 재무 관리를 맡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로 근거지를 옮긴 뒤 숀 파커가 투자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다른 능력 있는 임원들이 합류하면서 사브린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었다.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제 발로 회사를 떠났다. 대신 소송을 걸어 자신의 지분을 되찾았다.

영화에서 사장인 숀 파커는 사용자 1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축하하는 파티장에서 마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그가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면서 회사를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훨씬 뒤의 일이다. 파커는 혐의를 극구 부인했으나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사장 자리를 사임하고 이사회 임원도 주커버그에게 넘겼다. 하지만 둘은 계속해서 친구이자 동료로 남아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다.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영화와 진짜 페이스북 이야기의 공통점은 둘 다 손님을 끌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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