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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노인아파트 신청장소에 늘어선 벤츠들

미주중앙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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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노인아파트 입주경쟁이 대단하다. 가격이 일반 아파트의 30% 수준이다. 그래서 살기 좋다고 입소문이 난 노인아파트에 빈자리만 생기면 수백명이 몰려드는 것은 기본이다.

웬만한 노인아파트에 들어가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LA다운타운 한 노인아파트가 10여가구의 입주 신청을 받았는데 1000여명이 한번에 몰렸을 정도다.

얼마전 LA지역 윌셔가와 맨해튼 플레이스 인근 '크라이스트 유니티 매너' 노인아파트의 입주신청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 아파트 앞에 모인 수백명의 노인 대부분은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서고 있었다. 긴 줄이 늘어선 가운데 간간이 새치기 때문에 노인들끼리 다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아파트 측이 접수 과정에서 시민권 증명서류 등을 요구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더욱 놀란 것은 줄을 선 노인 대부분이 추첨 날짜가 언제인지, 몇 가구를 추첨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조건 입주 신청서를 접수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광경이 아니다. LA인근 노인아파트 입주 신청 현장은 항상 이와 비슷하다.

노인아파트 신청 때마다 매번 수백명씩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인아파트 중복신청 LA한인타운 지역 노인아파트 선호 노인아파트의 포화상태 노인혜택 및 복지 축소 등이 주요 이유다.

한인 노인들은 주로 LA한인타운을 비롯해 버스나 메트로 등 교통이 편한 LA중심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만큼 입주 경쟁도 치열해 단 한번에 선호지역 아파트로 입주할 수는 없다.

처음엔 LA외곽 지역 노인아파트로 들어가 시간을 번 뒤 LA한인타운내 노인아파트로 입주하는 방식이다. 노인아파트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연방정부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저소득층 생계보조비(SSI) 등을 줄이고 노인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렴한 노인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것은 단돈 몇달러도 아껴쓰는 노인들에게 있어 '꿈'이다. LA지역 노인아파트의 경우 신청서를 접수해도 대기기간이 평균 5년을 넘고 일부 빈 가구가 생긴다 해도 대기자들만 수백명에 이른다.

하지만 취재 중 느낀 것은 단지 노인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하고 연방정부 예산이 줄어든 것만이 노인아파트 입주경쟁이 치열해진 원인은 아닌 듯 싶었다. 입주신청 현장 취재 당시 노인아파트 앞에는 계속해서 BMW 벤츠 등의 차량들이 보였다. 고급 차량을 직접 몰고 온 노인들은 입주 신청서가 든 노란색 봉투를 들고 접수처로 향했다.

신청자격에 명시된 저소득층 생계보조비(SSI)를 받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고급 차량을 몰며 SSI를 받는데는 남모를 사연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부 노인들이 연방정부 복지혜택에 대한 맹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또 이러한 현실은 일부 한인 노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부끄럽고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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