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비즈 칼럼

로봇산업 해외 진출, 정부도 지원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민계식
한국로봇산업협회장
현대중공업 회장

뉴욕 타임스와 CNN의 보도에 이어 타임이 2010년 세계 최고 발명품 50개 중 하나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로봇 영어교사인 잉키와 메로를 선정했다고 한다. 외국의 유수 언론은 로봇 영어교사를 ‘잡 터미네이터(Job Terminator)’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융합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로봇 기반 교육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하면서 자본집약적인 제조업에서 탈피하고 고부가가치의 지식집약적 서비스 융합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지 오래다. 이러한 과정에서 로봇에 대한 패러다임도 단순 노동 대체 수단으로서의 전통적인 로봇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서비스 실현 수단으로서의 지능형 로봇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로봇산업은 지능화·감성화·개인화·모바일화 등 다양화하고 있는 소비자, 고객의 메가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로봇연맹에서 발표한 세계 로봇시장 규모에 따르면 2008년 말 94억 달러로 조사됐다. 2013년엔 300억 달러 규모가 된 뒤 2018년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로봇 선진국인 미국은 국무부와 과학재단 주도로 국방산업을 바탕으로 첨단 로봇시스템 및 인공지능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에선 경제산업성과 총무성 주도로 극한작업로봇·소방방제로봇·건설로봇 등의 연구를, 민간 주도로는 휴머노이드 보행기술로봇·가사보조 및 간병치료로봇 등을 연구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 로봇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 다.

 우리도 그동안 정부의 관심과 실질적인 격려에 힘입어 산·학·연이 혼신의 힘을 다해 기술개발 노력을 경주한 결과, 제조용 로봇은 물론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서비스로봇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테크윈은 경계감시로봇을 중동에 500억원 규모로 납품하고, 한울로보틱스는 역시 중동 국가와 보안 및 소방로봇 연구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는 형식으로 기술 수출이 성사되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관련 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다년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로봇을 추구했다는 것과 민간부문에서든 공공부문에서든 사전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소비자·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맷집이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어렵사리 확보한 제품 경쟁력을 사업 경쟁력으로 체계화시키지 못함으로써 새롭게 창출된 서비스로봇과 제조 인프라의 핵심 요소인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아직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력을 확보한 로봇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개별 기업의 제한된 정보 수집력에 의존해 추진되다 보니 신규 시장 창출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로봇기술은 국방·교육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융합 산업이다. 이를 감안해 민간시장 자체의 역동성을 키우면서도 정부 각 부처의 교육·복지·국방·문화 등의 육성정책과 연계해 수요 창출 체계를 공고히 하는 등 다양한 연계사업을 발굴하고, 그에 상응하는 테스트베드의 운영을 통해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로봇분야의 축적된 경험을 체계화하고 융합적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시행하는 등 세계시장 진출의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 관점과 정책 전개가 필요한 때다.

민계식 한국로봇산업협회장·현대중공업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