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사법처리 땐 직무정지될 듯 … 신한은행 경영 업무공백 생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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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전·현직 최고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사법 처리 방침은 신한지주의 내분 사태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분 사태의 당사자인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등기이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들을 지지하는 사외이사들이 각각 있기 때문에 아직 갈등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신한지주 등기이사를 겸하고 있다.

 일단 사법 처리가 이뤄지면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신한은행 내부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바로 이 행장이다. 전략 수립과 자회사 관리를 하는 지주회사와 달리 은행은 조직이 방대하고 챙겨야 할 업무가 많다. 행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당장 경영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신 전 사장의 경우 신한은행에 고소당했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직무정지를 당했다. 따라서 검찰이 이 행장을 사법 처리하면 이사회가 가만 있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 전 사장의 예를 따라 이사회가 이 행장을 직무정지 시킨다면 은행 업무를 챙길 사람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2월까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만들어 3월 정기주총 전에 새로운 최고경영진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 변경될 수밖에 없다.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선 이사회 내부에서 미묘한 힘의 변화도 나올 수 있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등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8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대략 라 전 회장과 이 행장 측이 7명, 신 전 사장 측은 5명 정도(재일동포 사외이사 포함)로 분류된다. 검찰의 사법 처리 수위와 법원의 결정에 따라서는 이사회 내부의 역학 관계가 바뀔 수도 있다.

 최고경영진이 사법 처리되면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의 대외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고 고객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 내부에서 보다 빠르고 과감한 수습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신한지주는 9일 류시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사외이사 8명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위는 현재 2명(회장·사장)이 맡고 있는 대표이사를 한 명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한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둘 중 회장만 대표이사를 맡거나, 지주회사 사장직을 아예 폐지하는 안이 유력하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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