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하이가 평등교육 펼쳤다면 ‘세계 1위’ 됐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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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진보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월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 나선 곳은 핀란드다. 강원·광주·전남교육청 등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된 지역의 공무원들도 최근 줄줄이 핀란드 탐방을 다녀왔다. 세계 최고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핀란드 교육에서 시사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보 진영 교육계 인사들에겐 특히 그렇다. 핀란드 교육의 기본방향이 경쟁보다는 교육 기회를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핀란드 교육을 배우려는 노력과 관심을 중국 상하이로 돌려야 할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그제 공개한 ‘2009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상하이가 읽기·수학·과학 전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핀란드를 제친 것이다. 상하이 교육의 성과는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해 온 결과라고 본다. 1978년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한 중국은 지역별로 우수 학생이 모이는 중점학교를 선정해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상하이에도 이런 학교가 수십 곳이다. 이런 학교들은 학생 선발권과 학교 운영 자율성을 부여받아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반 학교에서도 우수 학생을 위한 영재학급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월성 교육이 이뤄진다. 이런 탄탄한 수월성 교육이 상하이가 상위 5%의 최상위권 학생 성적에서도 수위(首位)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한국 교육은 중국과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특목고 축소 논란과 자율고 선발권 제한 등에서 보여지듯 평등교육 논리가 여전히 수월성 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이러니 한국 최상위권 학생 비율이 3년 전에 비해 읽기는 21.7%에서 12.9%로, 수학은 9.1%에서 7.8%로 낮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쟁 시스템을 통해 급부상(急浮上)한 상하이 교육은 우리 교육에 ‘경쟁력이냐, 평등이냐’를 묻고 있다. 한국의 교육 현실과는 거리가 먼 핀란드 교육을 바라보며 평등교육과 형평성만을 고집하고 있는 진보진영이 먼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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