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인 여성 산악인 실종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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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본부가 차려진 볼디 빌리지 소방서에서 샌 버나디노 셰리프국 수색관계자가 몰려 든 기자들에게 수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마운틴 볼디=신현식 기자


40대 한인 여성 산악인이 지난 4일 남캘리포니아 최고봉인 마운틴 볼디(3,067m) 산행에 나섰다 실종됐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셰리프는 변호사이자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인 미셸 유(49.사진)씨가 지난 4일 마운틴 볼디로 단독 산행을 떠난 뒤 실종됐다고 6일 발표했다.

5일 오후 유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셰리프는 30여 명의 구조대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작업에 들어갔다가 진눈깨비가 내리자 철수, 6일 날이 밝자마자 수색을 재개했으나 저녁까지 유씨를 찾지 못했다.

유씨가 소속된 '남캘리포니아 한인산악회'에 따르면 유씨는 4일 오전 8시 30분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 방명록에 예정 등산 루트를 기록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유씨는 정상까지 등반한 뒤 '데블스 백본 트레일'을 거쳐 스키장 쪽으로 하산할 예정이었다. 또 같은 날 산행에 나섰던 설암산악회 회원들은 1시경 정상 바로 밑에서 유씨를 마지막으로 봤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감안할 때 유씨가 데블스 백본 트레일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유씨는 다운자켓에 오버트라우저, 고산용 플래스틱 등산화 등을 착용하는 등 장비준비상태는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셰리프국의 아든 윌셔 대변인은 4일 오후 6시경 하산하면서 골짜기에서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등산객들의 진술에 따라 이곳을 수색했으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남캘리포니아 한인산악회는 이광운 회장을 중심으로 10여 명의 구조대를 구성해 6일 오전부터 구조활동에 나섰다. 셰리프와 한인 구조대의 연락책을 맡고 있는 이현수 전 남가주 한인산악회장은 "유씨가 경험이 많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짜는 스타일이라 이번 사고가 몹시 당혹스럽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 전 회장은 "유씨가 등산로 입구 방명록에 산행 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아 예상 루트를 따라 수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악회 회원들에 따르면 실종된 유씨는 이 달 하순께 오랫동안 계획했던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6,960m) 원정 등반을 앞두고 훈련차 매주 마운틴 볼디를 찾았다. 유씨는 10여 년 전 산악회에 가입해서 그동안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와 마운틴 휘트니(4,418m) 등을 등반해 온 베테랑 산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 본부가 차려진 볼디 빌리지 소방서 앞은 Kcal 9, KTLA 등 주류 방송사들의 방송차량 10여대가 몰려 촉각을 곤두세우고 수색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LA중앙일보=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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