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세계 통신시장 지각변동

중앙일보

입력

세계 통신시장에 지각변동이 한창이다.

90년대 세계통신시장을 이끌어 온 브리티시 텔레컴(BT).AT&T.글로벌 원(도이체텔레컴.프랑스텔레컴.미 스프린트)의 3각체제가 무너지면서 국경을 초월한 '생존의 싸움' 이 벌어지고 있다.

미 스프린트가 최근 MCI월드컴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원 체제를 이탈하자 도이체텔레컴도 글로벌 원을 벗어나 미 SBC컴.아메리테크 합병사와의 제휴를 모색하고 나섰다.

또 미 시장을 독점했던 AT&T와 일본의 NTT(일본전기전신)까지 합병.제휴전에 뛰어드는 등 세계 주요 통신업체들이 모조리 협상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는 올해 6천7백억달러(약 8백4조원)인 세계 통신시장규모가 2000년 1조2천억달러로 급성장하며 막대한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고객확보를 위해서는 통합시스템 확보를 통한 서비스 다양화 및 규모의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등 유력기관들은 "향후 국제 통신시장은 5~7개 기업에 의해 좌우될 것" 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미국〓지난 5일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MCI월드컴이 3위의 스프린트를 사상 최대액수인 1천2백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선두 AT&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인수로 MCI월드컴은 장거리 전화시장 점유율이 32%로 뛰어올라 1위 AT&T(48%)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또한 미국 최대인 스프린트의 이동통신망을 흡수해 숙원사업이던 무선전화 사업에도 진출하게 됐다.

이에 앞서 AT&T도 지난 5월 케이블TV 업체인 '미디어 원' 을 6백2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6월 인수한 TCI와 합치면 미 케이블TV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게 됐다.

AT&T는 이로써 지역 전화사업뿐만 아니라 고속 인터넷사업까지 장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해 GTE를 인수한 벨 애틀랜틱 역시 세계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영국의 보다폰과 이동통신 부문의 합병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 통신시장은 AT&T, MCI월드컴, SBC컴.아메리테크, 벨 애틀랜틱의 4강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 일본〓일본 교세라그룹 계열사인 DDI, 도요타 자동차의 계열사로 국제전화 최대업체인 KDD, 역시 도요타의 계열사로 휴대전화업체인 IDO 등 3사가 내년 가을 합병을 결정하자 일 통신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기술력을 자랑하는 교세라와 자본력의 도요타가 결합함으로써 그동안 시장을 독점해 온 NTT가 위협받게 된 때문이다.

이로써 일 통신시장은 3자연합과 NTT, BT.AT&T가 자본참여하는 일본텔레컴 등 3개 그룹으로 재편되게 됐다.

전문가들은 "2010년에는 시장규모가 현재의 2배인 27조엔 규모로 예상되고 있어 통신시장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될 것" 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유럽〓프랑스텔레컴은 조만간 독일 3위의 이동통신업체인 E플러스의 지분 17.2%를 1백8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미 월 스트리트 저널이 11일 보도했다.

E플러스 지분확보에는 도이체텔레컴도 적극 나서고 있어 유럽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도이체텔레컴은 또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미 최대의 지역 전화사로 떠오른 아메리테크와 SBC커뮤니케이션스의 합병사측과 제휴회담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도이체텔레컴은 영국 제2의 이동통신회사인 '윈2원' 을 매입하겠다며 1백80억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김현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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