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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신상린] 매너없는 중국인? 그러는 한국인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월 4일 중국 상하이 한인 집단 거주 지역인 홍첸루에 위치한 협화쌍어학교와 풍도국제상가에서 상해한국상회 주최하고 주상하이대한민국총영사관이 후원하는 한민족대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육회 째를 맞는 이 행사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 조선족들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중국인들도 함께 어울려 한국의 다양한 즐길거리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특히, 행사 주최자가 정부나 유관 기관이 아닌 사실상 사설 단체인 상해한국상회로 그에 따른 예산이나 운영인력 확보 등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현지 진출 기업 및 교민 단체들의 지원과 협조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고 평가할 수 있는 행사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 본연의 취지와 운영 노력과는 반대로 매년 반복되어 온 '많은' 교민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올해에도 다양하게 연출되었다. 일부 교민들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쳐 한민족대축제라는 행사명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먼저, 행사가 열린 협화쌍어학교는 원칙적으로 외부 차량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일 등하교 시간이면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의 불법 주차로 진입 도로인 홍첸루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것을 모르는 교민은 없을 것이다. 행사 당일 역시 학교 내에서 바자회, 먹거리 장터, 여러 운동 경기 등의 운영을 위한 공간 활용과 주 행사 무대 및 관객석 등의 설치로 행사 운영 차량과 일부 사전 진입 등록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진입을 불허했다. 그러나 행사장 내 주차를 하기 위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는 일부 교민들과 이를 제지하는 상해총학생연합회(상총련) 자원봉사자들과의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모 유관기관 차량은 사전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영사관 차량 번호판을 내세우며 진입하다가 관계자의 제지로 차를 돌려야 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행사 중 차량 진입 시 행사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운영 차량들의 진입 시간 역시 개막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으로 통일했다."고 밝혔다. 행사 진행 중 차량 진입이 가능한 차량은 영사관 공식 의전 차량과 상해한국상회 의전 차량 단 두대 뿐이었으나 행사장 내 많은 인파 밀집으로 인해 불편을 염려한 상해한국상회 회장은 입구에서 차에서 내려 행사장을 걸어들어갔다.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행사 입장이 무료임에 따라 별도의 입장권이 필요치 않았으나 주최측은 경품 응모권을 입장권과 행사 안내서 형식으로 제작, 행사장 입구에서 배포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올해로 육회째를 맞는 행사인만큼 과거 입장 인원을 고려해 약 오천부를 제작했다"고 밝혔으나 입장권은 오후 2시경 동이 났다. 경품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교민들이 적게는 수 장에서 많게는 수십장을 요구해 받아갔기 때문이었다. 입장권을 또 받기 위해 행사장 출입을 반복하거나, 십수명의 일행분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사람들의 성화를 이기기에는 자원봉사 학생들의 배포(?)가 크지 않아보였다. 심지어 식사제공이 안된다는 이유로 행사장 인력과 자원봉사자용 식권까지 요구하는 교민의 항의도 접수되었다. 교민 대상 행사를 하면서 식사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외무부에 정식으로 항의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그 교민은 결국 경품에 당첨이 된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귀가했다.

졸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교민들은 중국인들의 아직은 부족한 시민의식이나 공동체 인식 수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고 타국인으로써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비판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본 교민들은 많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6, 70년대 당시 우리의 시민 의식과 2000년대 세계 최강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을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시민 의식 발전 속도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중국인들을 비판하고 심지어 무시할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인지 곱씹어보게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타국에서 개최하는, 그것도 한민족대축제라는 이름의 행사에서 우리는 우리가 그렇게 비판하고 무시하는 중국인들과 다를 바 없는 행동들을 서스름없이 보여줬다.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매너없는 중국인에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자. 반한류, 혐한류에 대한 대책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바로 서는 것이 우선이다.

복단대학 중국마케팅센터 수석연구원 신상린(Sangrins@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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