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출 크게 늘 것” 반색 … 일 “올 게 왔다”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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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미 FTA 추가협상이 대미 자동차 수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에 미국 재계에선 환영 성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한국시장 진출이 확대되며 수출도 크게 늘 것이란 기대에서다. 반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협상 타결에 가장 반색하고 나선 건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다. 앨런 멀레이 최고경영자(CEO)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개정 내용을 환영한다”면서 “포드는 한국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포드는 지난달 미국 내 주요 일간지에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전면광고를 싣는 등 기존 협상안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짐 맥너리 회장도 “이번 합의로 미국 공산품과 농산물, 서비스 산업의 대(對)한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지지 성명을 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한·미 FTA의 진전을 위해 양국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의회를 향한 미 업계의 비준 압박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계의 대표적 이익단체인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나휴 의장은 “행정부는 할 일을 다했다”며 “새로 구성되는 의회는 내년 1월 한·미 FTA 비준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며,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에선 “올 게 왔다”며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 닛산자동차 최고집행책임자(COO)는 “원화 약세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더욱 커져 (일본에는) 큰 핸디캡이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하루빨리 무역자유화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5일 “일본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8조6500억 엔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60%에 관세가 붙지만 한국은 FTA를 통해 관세가 면제돼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 신문도 이날 경제산업성의 추산치를 인용, “한·미 FTA가 체결되고 일본이 이대로 가만 있을 경우 2020년에는 ▶대 미국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부문 수출 1조5000억 엔(약 20조원)분 ▶관련 국내생산 3조7000억 엔(약 50조3200억원)분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관변 연구소인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국이 미국·EU와의 FTA가 발효되면 이들 지역에서 일본은 한국 기업에 연간 14억 달러 정도의 수출을 빼앗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현재 한국에 뒤진 FTA를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 관세 철폐뿐 아니라 비관세장벽 완화도 목적으로 하는 환태평양파트너십협정(TPP) 참여를 추진하고 있으나 농업개방 문제 등으로 여론이 갈려 있는 상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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