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폭락…10개 520원 생산비의 6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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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동면에서 닭 3만6천 마리를 키워 하루 2만5천개씩의 달걀을 받아 내고 있는 윤석현(尹碩鉉.54)씨는 요즘 울화가 치민다. 달걀 값이 폭락해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기 때문이다.

尹씨는 "20년 동안 양계를 해왔으나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 고 한숨을 쉰다. 달걀 값이 폭락해 양계 농가들이 울상이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양계 농가들이 달걀을 중간상인에게 넘기면서 손에 쥐는 돈은 대란(大卵)기준으로 개당 52원씩 1줄(10개)에 5백20원에 불과하다.

지난 2월엔 1천40원이었는데, 6월에 6백70원으로 떨어지더니 8개월만에 딱 절반 수준까지 내려갔다.

농림부의 지난해 분석을 토대로 하면 이 같은 양계 농가의 수입은 생산비(인건비.경영비 포함)8백65원의 60%에 지나지 않는다.

달걀 값 폭락 사태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급등했던 사료값과 금리가 올들어 안정되면서 닭 사육 두수가 늘어 달걀의 공급이 넘치는 바람에 일어났다.

전남지역의 산란 닭 수는 지난해 말 3백66만여 마리에서 4백6만여 마리로 11% 늘었다. 양계 농가들은 "중간상인들만 폭리를 챙기고 있고, 이들의 담합 때문에도 달걀 값이 떨어지고 있다" 며 분개하고 있다.

중간상인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가격에 응하지 않는 농가의 달걀을 며칠씩 사주지 않아 재고가 쌓이게 만드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6일 달걀의 전국 평균 산지 출하 가격은 1줄에 5백88원인데 도매가격은 6백96원, 소매가격은 9백15원에 이르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양계 농가들이 생산성 낮은 늙은 닭을 없애고 병아리 입식을 자제하도록 하면서 '달걀 하나 더 먹기' 소비운동을 벌이겠다" 고 밝혔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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