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성공하려면 세제 혜택 늘려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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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24면

중국 시경(詩經)에 ‘만수무강’이란 말이 있다. 예전부터 오래 사는 것은 행복이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되레 ‘장수 리스크’가 문제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수 리스크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연금제도다. 세계은행은 1994년 ‘노년 위기의 모면(The Averting Old-age Crisis)’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민이 안정적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의 ‘3층 구조 연금제도(3-pillar system)’를 구축하도록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만으로는 국민의 행복한 노후생활 준비에 한계가 있다. 공적연금을 보완할 수 있도록 외국처럼 퇴직연금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호주 등 선진국은 이미 401K·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등과 같은 퇴직연금 제도가 발전돼 있다. 노후 소득이 은퇴 전 소득의 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근로자의 노후 대비 상태가 매우 충실하다. 이렇게 선진국의 퇴직연금 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세제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투자 대상에 대한 규제가 없어 주식·펀드 등 투자를 통해 자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세제 혜택을 보자. 미국 401K는 납입금에 대해 연간 1만6500달러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호주 수퍼애뉴에이션은 납입금에 대해 소득세율 중 최저세율을 적용해 준다. 반면 국내는 현재 퇴직연금 불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개인연금 납입분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개인연금에 가입해 연간 300만원을 불입한다면 퇴직연금 납입분에 대한 세제 혜택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300만원을 모두 퇴직연금 세제 혜택으로 챙긴다 치더라도 선진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우리도 선진국 수준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자산 배분 측면을 보자. 선진국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대한 규제가 없다.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적절히 분산해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는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데 한도 규제가 있다. 다양한 투자 대상을 이용한 포트폴리오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근로자에 따라 투자 성과가 다른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마저 주식형 펀드 형태의 투자가 불가능하다. 가입자의 상품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적립금 운용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단기적으로는 주식형 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허용해 근로자의 상품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제 혜택 확대와 운용 규제 폐지를 통해 앞으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든든한 노후자산으로 자리 매김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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