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시판 임박하자 '남편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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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A약국 주인은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웃음을 머금는다.약을 산 뒤 약국문을 나서다 말고 "비아그라는 언제부터 파느냐"고 넌지시 묻는 손님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비아그라를 판매 시기를 묻는 손님은 신혼의 새신랑부터 50대 '아줌마'까지,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게 약국 주인의 말이다.

그는 "잘 아는 40∼50대 부인들 가운데는 '내 허락 없이는 절대 남편에게 약을 팔지 말라'고 농반진반의 다짐을 놓는 이들도 많다.시판 전부터 관심이 높으니 막상 판매가 시작되면 얼마나 말이 많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시판이 임박하면서 갖가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비아그라는 당초 지난주부터 시판될 예정이었으나 비아그라를 제조하는 미국 화이자사가 한국 시판용 비아그아의 포장 디자인을 문제삼는 바람에 이달 중순께로 시판이 다시 연기됐다.

그동안 외신을 통해 비아그라의 효능을 전해듣거나 밀수입 비아그라를 복용한 이들의 '경험담'을 접하면서 시판을 기다려온 사람들은 잇따른 시판 연기 조치에 대해 "판촉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제조사측의 홍보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또 이 약의 구입을 위해선 심혈관 계통의 질환이 없다는 진단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보도에 따라 관련 병·의원에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kfda.go.kr)에 지난달말 개설한 '비아그라방'의 방문 객수가 벌써 6백명을 넘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도 크다.

비아그라방에는 발기부전과 약물작용 체계 및 국내외 임상시험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부작용 등 모두 12개 항목의 정보가 실려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시판이 시작되면 본청과 각 지방청에 '비아그라 부작용 보고접수 담당자'를 지정하고 정례 반상회에서 올바른 사용법을 담은 반상회보를 배포하는 등 홍보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은 특히 심혈관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혈압강하 등으로 숨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비아그라를 복용해서는 안되며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이 있었던 환자 ▶휴식기 혈압이 90/50mmHg 미만이거나 170/100mmHg를 초과하는 환자 ▶심하게 간이 나쁜 환자 ▶색소성 망막염 환자도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재희 기자 <cj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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